BTS 지민, K팝 솔로 최초 빌보드 '핫 100' 1위…"어안이 벙벙한 느낌“

방탄소년단(BTS)의 지민이 솔로 음반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올랐다. 한국 솔로 가수로는 최초다.

방탄소년단(BTS) 지민은 첫 솔로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를 통해 솔로와 그룹 모두에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달성한 최초의 K팝 가수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사진 빅히트 뮤직

4일 빌보드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최신 싱글 차트(4월 8주차)의 상위 10개 곡을 공개했다.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는 팝스타 마일리 사이러스의 ‘플라워스(Flowers)’, 컨트리 싱어송라이터 모건 월렌의 '라스트 나이트(Last Night)' 등 쟁쟁한 노래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빌보드 '핫 100'은 미국 스트리밍 데이터, 라디오 방송 횟수, 판매량 데이터 등을 종합해 순위를 산출한다. '라이크 크레이지'는 순위 집계 기간이었던 지난달 24∼30일 다운로드와 CD 싱글을 합해 25만 4000개에 해당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스트리밍은 1000만회, 라디오 청취자는 6만 4000명이었다.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한 한국 가수는 BTS가 유일하다. BTS는 2020년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필두로 2021년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까지 총 6곡이 '핫 100'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솔로로서는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7주 연속 2위를 기록하며 '핫 100'의 최고 순위 기록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에 그 기록이 깨지면서, 지민은 솔로와 그룹 모두에서 '핫 100' 1위를 달성한 최초의 K팝 가수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BTS 지민의 첫 솔로 앨범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4월 8일 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사진 빌보드 SNS

차트 공개 직후인 이날 오전 지민은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실감이 안 나서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안이 벙벙한 느낌"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사실 다 방탄이라서 가능한 것이고, 아미(방탄소년단 팬) 여러분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라며 "그것을 절대 모르지 않는다. 아미 여러분이 방탄을 얼마나 기다려 주고 계시는지 더 느끼게 됐다. 감사드린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제가 부족함을 많이 느꼈는데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24일 발매된 지민의 첫 공식 솔로 음반 ‘페이스(FACE)’에는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느낀 그의 솔직한 감정이 담겼다. 음반명 역시 자신을 온전히 마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는 "약 1년 전 자존감도 낮아진 상태에서 멤버들이 노래 한 번 만들어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시작된 앨범"이라며 "만들면서 감정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중 '핫 100' 1위의 영광을 안겨준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는 신스팝(Synth Pop) 장르로, 강렬한 신시사이저와 드럼 사운드 속에서 지민의 애절한 음색이 돋보인다. 지민은 평소 좋아하던 동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곡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꿈속에서 사랑했던 상대를 찾으며 괴로워하고, 화려한 불빛에 갇혀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영원히 꿈속에 머물고 싶다는 내용의 가사가 애절하고 감성적이다.

그는 이 곡에 대해 “상처를 잊기 위해 현실을 외면하는 순간의 감정을 표현한 곡”이라며 “가사의 애절함을 전달하기 위해 노래를 부를 때도 감정선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소개한 바 있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를 비롯해 앨범 전체가 충격적일 정도로 다크하다”면서 “자신의 일부를 발췌해 극대화하면서 그룹 활동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또 다른 성숙한 모습을 부각한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그의 진정성과 아울러, 신스팝 특유의 복고적인 분위기와 편안한 멜로디 전개 또한 전세계 음악팬의 호응을 이끈 요소로 분석된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선공개곡 '셋 미 프리 Pt.2'(Set Me Free Pt.2)나 '라이크 크레이지' 모두 세련미를 갖춘 모던한 음악"이라며 "1970년대말 신스팝을 현대적으로 잘 편곡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BTS의 여러 히트곡에 이어 지민 솔로곡까지 '핫 100' 1위를 했다는 것은 BTS의 글로벌 스타덤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며 "향후 펼쳐질 BTS의 '따로 또 같이' 행보를 기대케 한다"고 덧붙였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