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논의 ‘민관협의체’ 있으나 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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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게임이용장애' 논의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개념의 국내 도입 여부를 논의하겠다며 출범한 민관협의체는 사실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쇼에 불과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의 가부를 민관협의체가 결정하려면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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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게임이용장애’ 논의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 이를 둘러싼 토론이나 검토가 급격히 잦아들고 있는데 도입 자체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게임이용장애 개념의 국내 도입 여부를 논의하겠다며 출범한 민관협의체는 사실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쇼에 불과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민관협의체 무용론이 불거진 뒤 이 조직의 활동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제대로 된 회의가 올해 열릴지도 불분명하다.
경위는 이렇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란 명칭의 질병코드를 국제질병분류(ICD) 명부에 올린 뒤 국내 게임 산업계와 의료계는 도입의 적절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쟁점은 ‘게임이 특히 중독을 유발하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가’였다. ‘특히’라는 조건이 들어간 이유는 게임이 스마트폰, TV, 익스트림 스포츠 등과 비교해 더 과하게 중독을 유발하는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100분 토론에 이 주제가 올라갈 정도로 다툼이 제법 치열했는데, 2019년 7월 국무조정실은 격화되는 상황을 중재하겠다며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이 조직은 발족 당시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시기를 2026년으로 잡은 뒤 그 전까지 연구용역을 통해 도입 여부를 판가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민관협의체의 연구가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무용론이 최근 국회, 산업계 등에서 부상했다. 통계법상 강제조항이 일단 문제다. 통계법 제22조 1항은 “ICD를 기준으로 질병·사인에 관한 표준분류를 작성·고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한 부담 탓에 통계청은 지금껏 단 한 번도 WHO의 결정을 거스르지 않고 고스란히 국내에 들여왔다. 지난해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통계청 참석자는 “WHO의 결정이 번복되지 않는 한 게임이용장애를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쐐기를 박았다고 한다. WHO는 ICD의 각국 도입을 ‘권고’로 열어놓았지만 국내에선 의미가 없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은 확실시된다. 당초 도입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출범한 민관협의체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중재하겠다며 전시행정을 한 모양새가 됐다. 심지어 국내 도입 시기도 2026년으로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일러도 5년 더 늦은 2031년에야 도입이 가능하다.
민관협의체는 무용론이 불거진 뒤 활동이 급격히 냉각됐다. 지난해 10월 회의를 한 뒤 6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관련 모임이 없었다고 한다. 한 민관협의체 참가자는 “이 조직의 활동이 의미 없다는 논란이 불거진 뒤 (구성원) 의지의 온도 차가 분명해졌다”고 전했다.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의 가부를 민관협의체가 결정하려면 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선 이상헌 의원이 ‘한국형 표준분류’를 마련한다는 취지의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표준질병사인분류 등을 작성할 때 국제 기준을 참고하되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최종적인 국내 도입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또 다른 경우의 수는 WHO가 2019년 의결한 게임이용장애 질병분류 등재를 번복하는 것이다. 그러면 국내 도입 여부도 논의할 필요가 없어진다. WHO는 매년 10월 보건관련 통계를 논의하는 ‘WHO-FIC’ 회의를 여는데, 여기에서 ICD에 들어간 질병코드를 빼는 결정을 할 수 있다. 가능성은 극히 낮다. 국내에선 통계청이 이 회의에 참여한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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