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민주 여당시절 양곡법 발의, 文정부 왜 반대했겠나"

한지혜, 김하나 2023. 4. 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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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양곡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농가와 농민을 위해 좌고우면 할 수 없었다”고 당위성을 설명하며 전임 문재인 정부도 해당 법안을 반대한 사실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양곡법 거부권 행사는) 농민을 위하고 농촌을 위해 도움되는 방향으로,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고심과 결단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하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첫 번째 거부권 행사이자,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지7년 만의 일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3~5% 범위에서 초과 생산될 경우, 쌀 가격이 전년 대비 5~8% 범위에서 하락할 경우 정부의 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4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저온저장고에서 관계자가 가득 쌓여 있는 벼 포대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 관계자는 “2019년에 민주당 의원이 쌀 의무매입 법안을 발의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반대했다”며 “당시 민주당은 여당이었는데 왜 그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나. 왜 당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반대했을까. 그런 점에서 시사점이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양곡법 거부권 행사 배경에 대해서는 “농업을 생산성 높은 산업으로 발전시켜 농가소득을 향상시키고, 농촌과 농업을 재구조화해 농업인분들이 살기 좋은 농촌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며 “이 법안은 정부의 농정 목표에 반하고 농촌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 포퓰리즘적인 법안으로, ‘남는 쌀 강제매수법’이라고 (대통령이) 오늘 정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곡법이 시행되면) 과잉 생산으로 쌀값이 더 떨어질 것이고, 심지어 40개 농민단체가 반대하고 있고 지금도 정부의 재량 매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이 기댈 곳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곧 당정 협의를 통해 쌀 소득 안정, 농가소득향상, 농촌발전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간호법, 방송법, 노란봉투법 등 거대 야당 주도의 법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역시 이어질 것이냐'는 질문에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상정하고 전제한 채로 기준을 잡지는 않는다”며 “이번 양곡법의 경우 헌법에 위배되고, 국민 혈세를 속절없이 낭비시키는 법안으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지대해 숙고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해나가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고 있다”며 “많은 국민, 전문가, 언론, 당과의 소통을 통해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과정 관리가 중요하다고 해왔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농민 배신 식량 주권 포기’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농민의 소득감소, 민생파탄 윤석열을 규탄한다”고 외쳤다.

양곡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라 국회로 다시 넘어가 재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법안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한다. 재의결 시 해당 법안은 법률로 확정되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재적 의원(299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115명)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재의결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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