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쳐들어간다" 민주당 내부서도 우려한 후쿠시마행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8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항의 방문을 앞두고 연일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이후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펼치는 ‘친일·무능 외교 공세’의 일환인데, 당 안팎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직접적인 항의 방문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방출저지대응단(대응단)은 4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여당이 가지 않기에 야당 국회의원이 방문하는 것”이라며 “과학적이고 검증 가능한 후쿠시마 원전오염수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일본 현지와의 연대를 강화해 방류 반대 여론을 공론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6일부터 2박 3일로 예정된 일본 방문에는 위성곤·양이원영·윤영덕·윤재갑 의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방일 전날(5일)엔 나미오카 다이스케 주한 일본대사관 경제공사와도 만난다.
대응단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출과 관련한 설비 공사를 시작한 지난해 8월 꾸려졌다. 일본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132만t 규모의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내보낼 계획이다. 대응단은 올해 1월 도쿄전력으로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데이터를 받은 태평양도서국가포럼(PIF) 과학자 패널을 초청해 토론회를 여는 등 지속적으로 일본 정부의 오염수 처리 시설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들의 방일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가능성에 대한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면서다. 대통령실이 연이틀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에 들어올 일은 없다”고 부인했지만, 민주당은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로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데이터를 확보해 안전성을 직접 검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응단 역시 지난달 31일 방일 계획을 확정 짓고,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했던 도쿄전력과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 접촉에 나섰다.
그러나 출발 이틀 전인 4일 현재 도쿄전력 측과 일본 의원 섭외는 난항을 겪고 있다. 확정된 일정은 후쿠시마 원전 현지 주민과 시의원, 원전 노동자 등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측 인사와의 만남 뿐이다. 오염수 현황을 파악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무턱대고 쳐들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민단체 수준으로 접근하는것 같아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합동조사단을 꾸려 오염수 방출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는 점도 ‘방일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개별 국가와 접촉하는 대신, IAEA를 정보공유와 검증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방사성 오염 물질을 충분히 제거한 다음 물로 희석시켜서 내보낸다는 건 이미 IAEA와 일본이 합의 처리 방법이고, 국제 사회도 묵시적으로 동의한다”며 “일본 정부와 직접 부딪히기보다 IAEA를 통한 우회로로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의 방일에 대해 “이런 게 일본을 돕는 친일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집권 시절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답변하길 ‘일본이 IAEA 기준에 맞는 절차를 따른다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라는 취지로 말한 걸로 안다”며 민주당이 야당이 되니 입장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지 모르겠다”며 “수 차례 대통령실이 나서서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에 들어올 일 없다고 밝혔음에도 민주당은 근거 없는 일본 언론보도를 기정사실화해 우리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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