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 김연아 걸린 이유…판이 확 커진 7조 시장의 비밀

유지연 2023. 4. 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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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속초에 있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정상에는 김연아를 모델로 세운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광고판이 걸려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40·50대 타깃의 등산·아웃도어 브랜드가 이곳에서 광고를 해왔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2021년부터 설악산 광고를 시작했다”며 “요즘 젊은 여성은 등산할 때 아웃도어 의류보다 레깅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를 선호해 홍보 효과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스포츠의류 시장의 핵심 고객층이 바뀌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가 김연아와 함께하는 ‘Let‘s 뉴운완(뉴발란스+오운완)’ 캠페인. 사진 이랜드

스포츠 의류, 패션 기업 ‘게임 체인저’로


‘오운완(오늘 하루 운동 완료)’ ‘갓생(God(신)+生(인생)·계획적이고 부지런한 삶)’ 등의 신조어처럼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젊은 층에 운동은 기본값이 됐다. 코로나19 기간 중에는 골프채와 테니스채를 잡은 이들이 대거 늘어나기도 했다.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자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고, 기존 라인업을 늘리는 등 스포츠의류 업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이유다.

4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새로운 명품이라는 의미의 ‘신명품’ 브랜드 대표격인 ‘메종키츠네’의 골프 컬렉션을 출시했다. 브랜드의 상징인 ‘여우’ 캐릭터를 활용해 점퍼·재킷·스웨터 등 골프 의류, 장갑·클럽 커버·볼 케이스 등 액세서리를 내놨다.

4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메종키츠네 골프 캡슐 컬렉션을 최초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사진 삼성물산


전날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 지난 2019년 접었던 오스트리아 스포츠 브랜드 ‘헤드’를 다시 선보였다. 5일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198㎡(약 60평) 규모의 쇼룸을 연다. 테니스와 스키를 기반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살려 헤드를 올 상반기 주력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코오롱FnC는 오스트리아 스포츠 브랜드 헤드를 3년만에 리런칭해 테니스, 스키 전문 브랜드로 선보였다. 사진 코오롱FnC

골프+테니스, ‘양강’ 구도 간다


패션 기업 LF는 지난해 10월부터 ‘리복’을 간판 스포츠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또 테니스 유행에 발맞춰 테니스 스니커즈 ‘클럽C 85’를 성공적으로 론칭, 5개월 만에 5만 족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달부터는 옹성우·조이현 등을 의류 모델로 세우면서 젊은 층 공략에 나섰다. LF 관계자는 “여성복·남성복에 이어 스포츠웨어를 패션 포트폴리오 성장축으로 삼았다”며 “스포츠가 일상이 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리복의 국내 판권을 사들인 LF는 지난해 10월 테니스 스니커즈를 시작으로 봄 의류 출시 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진 LF


이 밖에도 무신사는 자사 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의 스포츠 라인을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브랜드 ‘보브’도 최근 스포츠 라인 브이 스포츠를 론칭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운동 열풍이 계속되자 골프·테니스 등 스포츠와 일상에서 입기 좋은 의류를 출시했다는 설명이다.

여성복 보브는 최근 스포츠 라인인 '브이 스포츠' 라인을 새롭게 론칭했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운동도 깊게 판다…스포츠의류 19% 성장


코로나19를 계기로 스포츠의류 시장은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강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운동에 취미를 붙인 젊은 세대가 증가했고, 해외여행이 억제되면서 운동과 패션에 투자했다는 해석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스포츠의류 시장 규모는 2020년 5조9801억원에서 지난해 7조1305억원으로 19% 성장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뉴발란스는 2020년 5000억원, 2021년 6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70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하는 등 코로나19 기간 중 크게 성장했다. 지난 2008년 국내 진출 당시와 비교해 30배가량 몸집이 커졌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무엇이든 ‘디깅(digging·깊게 파다)’하는 문화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자기 과시 트렌드가 맞물린 것도 호재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몸매 가꾸기와 스포츠 활동에 몰입한 젊은 세대가 SNS에 관련 사진을 올리면서 시장이 급성장했다”며 “이들은 같은 운동을 하더라 ‘보이는 것’에 더 민감하다 보니 파급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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