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핫100' 첫 1위까지 찍었다…BTS 솔로 사랑받는 이유
한국 솔로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정복한 지민의 성공은 BTS 멤버들의 꾸준한 자기 혁신과 표현 욕구의 결실이다.
기획 당시 힙합그룹을 목표로 결성됐던 만큼 슈가·제이홉·RM은 확실한 음악적 지향점을 바탕으로 꾸준히 독자적인 창작물을 공개해왔다. 진·지민·뷔·정국의 보컬 멤버들 역시 서로 다른 매력의 보컬과 음악 세계를 기반으로 역량을 다져왔다.
RM은 지난해 12월 2일 공개한 첫 정규 앨범 '인디고'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완성형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검증을 마쳤다. ‘인디고’는 유년기 시절 본인의 음악 우상들과 현재 자신이 주목하는 아티스트들을 소환한 작품이다. 에픽하이 타블로, 체리필터 조유진, 박지윤, 에리카 바두 등 인간 김남준의 음악 취향과 성장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국 대중음악 신 전체에 관심 많은 아티스트인만큼 콜드, 폴 블랑코, 김사월 등 뮤지션과 함께하며 이들의 이름을 대중에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진지한 시선과 포용력이 빛난다.
슈가는 반대다. 그는 솔로 활동 시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예명을 사용한다. ‘Agust D’와 ‘D-2’ 두 장의 믹스테이프는 거칠고 공격적인 사운드와 날선 노랫말로 돌진하는 작품이다. 동시에 슈가는 수란의 '오늘 취하면', 아이유의 ‘에잇’ 등 부드러운 팝 곡도 프로듀싱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21일 발표하는 첫 정규 앨범 '디데이'에 기대가 쏠린다.
제이홉은 RM과 슈가의 중간 지점에서 화려한 퍼포먼스와 재치 있는 가사로 이목을 끈다. 지난해 첫 정규 앨범 '잭 인 더박스'와 함께 미국 유명 페스티벌 무대 헤드라이너로 선 그는 타고난 퍼포머다.
섬세하고 유연한 팔세토 가창이 인상적인 지민의 목소리에는 천진한 소년과 매혹적인 청년, 굳은 의지의 젊음이 공존한다.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 BTS의 많은 노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지민은 이번 ‘페이스’ 앨범을 통해 연약하고 상처받은 자아의 주인공이 각성해 세상에 당당히 나서는 서사를 훌륭히 표현했다.
지민의 바통을 이어받을 멤버는 막내 정국이다. 단단한 목소리로 안정적인 가창을 자랑하는 정국은 지난해 팝스타 찰리푸스와의 ‘레프트 앤드 라이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주제가 ‘드리머스’로 솔로 팝스타로서의 성공을 예약했다.
군 복무 중인 진은 솔로곡 '에피파니'에서 선보인 거대한 상상력과 차오르는 희망의 정서를 밴드 콜드플레이와 함께한 솔로곡 ‘애스트로넛’으로 실현했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뷔는 빌보드 핫100, 13위까지 오른 ‘블루 앤드 그레이’를 통해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BTS 멤버들이 솔로로서 보여주고 있는 건, 군 입대 전 하고 싶었던 것들의 결과물이다. 지금의 성과도 의미 있지만, 뿌려 놓은 씨앗을 바탕으로 전역 후 보여줄 음악세계가 더 중요하고 기대가 된다. 조급하게 보지 말고, 이들이 '따로 또 같이' 뮤지션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봐 줬으면 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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