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제조업 27%, 서비스업 31%는 이자도 버겁다
고금리 여파에 제조업 4곳 중 1곳, 서비스업 3곳 중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기 버거운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로 지난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매출이 다소 회복됐지만,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돈 벌어 이자 갚기에 급급한 기업이 더 늘었다는 의미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조사 대상인 상장기업 1542개 중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18개(27.1%)가 한계기업으로 추정된다. 2021년 말 기준 263개(17.1%)에서 155개(10%포인트)나 늘었다. 예산정책처는 2019년부터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 이하인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정의하고 증가 추이를 분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값이 낮을수록 이자 부담이 크고, 1 이하면 해당 기간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제조업 업종별로는 지난해 기계ㆍ전기ㆍ전자 한계기업이 81개(116개→197개)로 가장 크게 늘었다. 이어 석유화학 31개(83→114개), 운송장비 14개(25→39개) 순으로 한계기업 증가가 두드러졌다.
서비스업의 경우 조사대상 814개 중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52개(31.4%)가 한계기업이었다. 2021년 말 기준 191개(23.5%)였는데 61개(7.9%포인트) 늘었다. 업종별로는 영상출판정보통신이 23개(55→78개), 도소매가 12개(48→60개) 증가했다.
예산정책처는 한계기업이 늘어난 주된 원인으로 대출금리 인상을 꼽았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목표로 2021년 8월 이후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예금은행의 기업 대출금리도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2021년 5월 2.67%에서 2022년 11월 5.67%로 3%포인트 늘었고, 비은행권 대출금리는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예산정책처는 “대출금리 인상은 민간의 소비 부진과 설비투자 위축 등으로 기업의 생산 활동을 감소시키고 자금조달에 필요한 비용을 증가시켜 기업의 수익성을 감소시킨다”며 “특히 자기자본의 비중이 낮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 조달하는 비중이 큰 기업의 수익성이 더 낮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비상장기업을 포함하면 한계기업은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큰 만큼,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학 교수는 “금리 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보지만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보다 높은 상황이라 금리가 높게 유지되는 기간은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통화정책 시차가 1년 정도인 걸 고려하면 올해 금리 인상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기업의 자금조달은 어려워지고 한계기업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경기 침체기에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자연스럽게 퇴출당하는 게 맞지만, 이로 인해 실업자가 늘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 이들을 보호할 장치를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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