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부터 무너지나…위험 신호 계속되는 제2금융 부동산 PF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며 하반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연쇄 부실에 대한 경고음이 꺼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PF에 부실이 발생하면 제2금융권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긴장감이 이어지는 중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부터의 위험 징후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근 미분양 우려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지방을 중심으로 위험이 증가했다”며 “향후 브릿지론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 증권사·여신전문금융회사·저축은행·상호금융 등은 위험에 크게 노출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PF의 하나로,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착공 이전 제1금융권의 ‘본 PF’를 받기 전에 2금융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받는 대출이다. 착공 전후를 잇는(bridge) 대출이라는 의미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사업자의 현재 신용도나 담보가 아니라 미래에 사업으로부터 발생할 수익을 기초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져 건설사가 PF를 갚지 못하는 등 부도 사태가 발생한다면 건설시장은 물론 금융시장으로도 파장이 미칠 가능성이 크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PF의 위험 요인과 관련해 “복잡한 구조 가운데 한 매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위험이 전체 업권으로 전이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노란불이 켜졌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554호로 전월보다 1008호(13.4%) 증가했다. 최근 대구에서 700호가량의 대거 미분양이 발생한 영향이다. 미분양 물량의 83%가 지방에 몰려 있다.
증권사, PF 44% 지방에…캐피털사는 35%
이 가운데 증권사와 캐피털사의 지방 PF 익스포저가 특히 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는 취급한 PF 중 44%를 지방 사업장에 공급했다. 캐피털사는 PF의 35%를 지방에 대출했다.
저축은행은 지방에 공급한 PF 비중이 2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저축은행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완공이 가까워지는데도 분양이 잘 안 되는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출해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기준 공정률이 60% 이상인데 분양률은 50% 이하인 지역 사업장에 대출한 비중은 저축은행이 29.4%로 업권 중 가장 높았다. 증권사가 24.2%, 보험사 17.4%, 여전사는 11%를 기록했고, 은행은 7.9%로 낮았다.
한은은 지방 중소 건설사 중 16.7%가 연 수입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은은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향후 고위험 PF 사업장의 부실이 현실화되면 주로 유동성 위험이 부각됐던 지난해 하반기와는 달리 신용 리스크의 확산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대우건설은 지난 2월 울산 동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에서 브릿지론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공권을 포기했다. 본 PF로 이어져 사업이 진행돼야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지역 주택시장 침체로 손실이 예상되자 선제적으로 발을 뺐다.
금융당국은 지방의 PF 부실 우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3일 “대구·경북 지역 관련된 미분양, 특히 준공 후 미분양에 대한 수치를 눈여겨보고 있다”며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챙겨보겠다”고 밝혔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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