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업체 숙원... "남은 임기 자체등급분류제도 안착에 힘 쏟을 것"

이선필 2023. 4. 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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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상물등급위원회 채윤희 위원장

[이선필, 이정민 기자]

한국 콘텐츠 시장의 활성화에 순풍이 부는 것일까. 지난 1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발효에 따라 OTT 콘텐츠 제작비도 크게 10%에서 3%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받게 됐고, 여기에 더해 지난 3월 28일부터 자체등급분류제까지 시행된다.

두 가지 모두 국내 OTT 업체의 숙원이었다. 특히 자체등급분류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중반에 내세운 5대 핵심 과제 중 하나기도 했다. 해당 제도 도입으로 빠르게 변하는 플랫폼 시장에서 각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비용 및 시간을 아껴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영화, 비디오물 등급분류 주체인 영상물등급위원회(아래 영등위)는 오는 5월 말까지 자체등급분류에 해당하는 업체를 1차로 선정할 계획이다. 시행 첫해인 만큼 여러 전망과 우려 또한 나오는 시점에서 채윤희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2021년 3월 제8기 위원장으로 임기를 시작해 종료 1년을 앞둔 그는 제도 안착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사전 교육 및 연구 충실히 해"
 
▲ 채윤희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채윤희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사전등급 자율심의제와 현안 등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자체등급분류란 각 플랫폼 업체에서 일정 기준을 적용해 콘텐츠를 심의한 후 개별적으로 관람 등급을 정하는 걸 뜻한다. 이미 지상파 방송사들이 자사 영상물 등급분류를 시행해왔고, 이것이 온라인 기반의 OTT 플랫폼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미 2020년 6월경 OTT 사업자를 통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비디오물에 대해 자체등급분류를 시행한다는 계획이 유관 부서에서 나온 바 있으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아래 영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영등위는 지난 2월 28일 사업 설명회와 함께 3월 중 대상 업체들 교육을 진행했다. 채 위원장은 "20여 개 업체가 교육에 참여했는데 반응도 좋았고, 등급 분류 담당 위원들과 함께 분류 체험도 진행했다"며 "이런 교육을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그간 경과를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영비법 개정안)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자체적으로 규정과 시행령 등을 마련하느라 TF(Task Force) 팀을 꾸렸다. 문체부 및 사업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20회 정도 간담회를 가졌던 것 같다. 우리가 무조건 시행령을 만들기 전에 조율을 거쳐서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5월 말이나 6월 초까지 사업자 선정이 끝나면 그 이후 자체등급분류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우려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지상파보다 상대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은 OTT 업체에서 콘텐츠 등급을 자체적으로 할 경우 아동·청소년의 유해 콘텐츠 접근 가능성이 클 것이란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영등위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사업자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영상물의 연령등급을 낮춰 분류할 것'이라 보는 의견이 64.8%, '청소년이 유해한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에 자체등급분류 영상물에 대한 엄격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65%로 과반 이상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영등위 자체적인 연구나 조사 과정이 충분했는지 짚어봄직 한 대목이다.

이에 채 위원장은 업체들의 자체 분류와 별개로 영등위 차원에서 모니터링은 전과 같은 수준으로 진행한다며 구체적인 보완책을 언급했다.

"전임 위원장(이미연) 때 이미 이런 자체등급분류와 부작용을 대비해 자가 등급표라고 하는 걸 연구했더라. 40개 문항을 제시해 그걸 기준으로 자체 등급 분류시 보조 도구로 쓸 수 있게끔 하는 방안이었다. 이미 자체등급분류를 시행 중인 호주나 뉴질랜드 등에 가서 사례를 연구하기도 했다.

올해가 첫 시행이기에 제도가 잘 안착돼야 한다. 그래서 사후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영등위가 봤을 때 적절하지 않은 등급이 나오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다. 모니터 단도 꾸릴 예정이다. 시민 모니터단과 함께 이미 예전에 등급분류에 참여한 위원을 배치해 조를 구성해서 운영하려 한다. 그리고 자체등급분류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AI 활용도 검토 중이다."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근거로 영등위는 지난해 OTT 사업자가 희망한 등급과 영등위에서 최종 결정한 등급의 합치율이 70%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OTT 플랫폼에 따라 합치율이 90%인 경우도 있었다는 게 영등위 측 설명이었다.

당면한 과제들 중 우선 순위는?
 
▲ 채윤희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채윤희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사전등급 자율심의제와 현안 등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OTT 플랫폼 자체등급분류가 급물살을 타면서 가요계 쪽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을 법하다. 지난해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등은 영상 음원 및 뮤직비디오 심의를 폐지해달라고 성명서를 내기도 했는데 요는 다음과 같다. 통상 지상파 방송국 자체 심의를 받던 중 돌연 방송사들이 대형 기획사나 대형 회사 콘텐츠가 아니면 심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중소 업체들은 케이블 방송사에 심의를 받거나 심의 제한이 없는 유튜브로 선회했으나 케이블 방송사들마저 결국 중소 업체들은 영등위의 빠른 심의를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채 위원장은 "뮤직비디오는 일반 유통 관련 법에 해당되는 부분도 있고, 일단 영등위에선 가리지 않고 심의를 받고 있으니 신청을 내시거나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로 선정된 쪽으로 받아도 된다"고 답했다. 이 부분은 향후 논의나 보완이 필요한 지점으로 보인다.

더불어 잊을 만하면 불거지곤 했던 영등위 내 제한상영가 등급 문제가 있다. 영비법상 제한상영가 등급은 제한상영가 전용 극장에서만 상영되게 돼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제한상영가 전용극장이 없기에 이 등급을 받은 작품은 사실상 상영금지 조치를 받은 셈이 된다. 이명박 정권 등 대한민국 정치 현상을 풍자했던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경우 2010년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가 5년 뒤 재심사로 겨우 개봉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는 작품이 1년에 한 두편 있을까 말까다. 관련 논의도 했었다. 독립예술전용관 등에서 마지막 회차 때라도 해당 영화를 상영하는 건 어떨지 등 얘기가 있었는데 법으로 제한상영가 극장에서만 상영하게 돼 있으니 방법이 없더라. 법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 당장 해결이 난감하긴 하다."

우선은 큰 변화부터 안정화시킨다는 게 영등위의 계획이다. 채 위원장은 "우려가 나오는 부분을 잘 살펴서 안착시키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과거에 전혀 없던 사례라 어떻게 안정화시킬지 부담감도 책임감도 크다. 유럽의 경우 작품 편수 자체가 많지 않아서 부담이 덜하지만 우린 영상물이 상대적으로 많고, 관심도 크잖나. 담당 인력 증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 제도는 자발적 소통을 원칙으로 한다. 불가피할 시 영등위가 직권으로 등급 취소를 결정할 수 있는 비상 장치도 마련됐다. 제가 이제 1년 임기가 남았는데 잘 안착시켜서 영등위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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