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거부권에 용산 달려간 민주당 "민생입법 거부한 첫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소병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김승남 농해수위 간사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19명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에서 장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농민 배신 식량 주권 포기’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농민의 소득감소, 민생파탄 윤석열을 규탄한다”고 외쳤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민주화 시대 이후 민생입법을 거부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칼날처럼 휘두른 1호 거부권은 입법부 국회를 겁박하는, 입법권에 대한 전면적 도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농민의 절규를 철저히 외면한 비정한 정치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을 향해서도 “대통령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정치는 중단하고 국민이 상식으로 생각하는 것에 함께 해달라”고 촉구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병훈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 일동 명의의 회견문을 낭독하며 “정 장관이 쌀 생산 조정의 효과를 축소한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윤 대통령에게 왜곡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민들을 배신한 정 장관은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 앞 규탄 집회에서 삭발한 신정훈 쌀값 정상화TF 단장은 “거부권 행사는 쌀값 정상화를 포기하는 포기 선언”이라고 외쳤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200석)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 115명이 반대하면, 다른 의원 전원이 찬성해도 가결될 수 없다. 7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상시 청문회를 제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도 국회는 재의결 투표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재투표 요구에 집중하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 재의요구안이 이송되면 그 절차에 따라 재표결에 임하겠다”며 “이 과정을 통해 국민의힘이 얼마만큼 용산출장소로 전락한 거수기인지 국민, 농민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과의 절충보다는 정면 대결을 통해 여권에 정치적 부담을 안기겠다는 전략이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 역시 “상임위와 TF를 다 동원해 여론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윤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당연한 수순이라는 입장을 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재정 문제나 농업 붕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재의 요구할 사안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의무 매입 조항이 (법안에) 있는 한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이 협상을 해오면 내용에 따라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뒀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외에도 방송법·간호법·의료법 등을 이미 본회의에 직회부 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가 정면충돌을 반복할 경우 ‘거대 야당의 단독 입법’→‘대통령 거부권 행사’→‘국회 본회의 재의결 투표’가 내년 총선 전까지 수차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강보현·김정재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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