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아 없어도 문 못 닫는 속사정…사립유치원 규제 푼다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의 폐원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저출산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립유치원이 늘자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유치원 폐원으로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4일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운영 실태 및 지원 방안 마련’을 주제로 한 연구 용역을 지난달 31일에 발주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사립유치원의 폐원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인해 유아 수가 급감해 사립유치원의 자발적인 폐원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정책 연구를 통해 폐원 관련 규제 개선이나 폐원 지원을 위한 과제를 발굴하고 수립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휴·폐원 현황을 파악하고 각각의 폐원 사유와 소요기간, 애로점 등의 현장 사례를 조사할 계획이다. 분석 내용을 토대로 개정이 필요한 법령을 정리하고 사례를 유형화해 사립유치원의 폐원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연구는 오는 10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원아 급감해도 유치원 못 닫는 속사정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을 폐쇄하려는 운영자는 유아 전원(轉園) 계획서, 설비처리 계획서, 재산처리 관련 서류 등을 관할 교육청 교육감에 제출해야 한다. 교육감은 이를 토대로 폐쇄의 적절성과 학습권 보호 사항, 학부모 의견 등을 검토해 폐쇄 여부를 승인한다. 시·도교육청에 따라선 학부모 3분의 2 동의를 요구하거나 유치원운영위원회와 이사회 회의록 사본 제출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규제로 인해 현실적으로 폐원이 쉽지 않다는 게 사립유치원의 불만이다. 박영란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공동대표는 “사립유치원은 건물과 비품이 사유 재산임에도 이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일일이 교육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번번이 교육청이 퇴짜를 놓기도 해서 적자를 보는데도 폐원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사립유치원은 폐원보다 장기 휴원하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학습권 보장 대책 함께 마련돼야”
원아 급감으로 폐원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에 대해 학습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립유치원의 퇴로를 열어주는 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며 “유치원도 공공성이 중요한 학교인 만큼 운영을 계속하려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 강화와 갑작스러운 폐원 증가로 인한 원아의 선택권이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는 대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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