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심장 장태산을 지켜라”...대전·금산 산불 사흘째 사투[르포]
━
장태산 인근까지 산불 번져, 헬기 19대 투입
4일 오전 대전시 서구 장안동 골짜기. 민가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산에서 뿌연 연기와 함께 숲이 타들어 가는 모습이 보였다. 장태산휴양림 안쪽에 있는 이 마을엔 주민 40여 가구가 산다. 박권호(67)씨는 “산불이 마을로 번지지 않을까 밤새 불안해서 잠을 못 잤다”며 “오전 6시부터 산 너머에 연기가 보이더니 몇 시간 만에 민가 근처까지 불이 번졌다”고 불안해했다.
그는 “장안동은 금산 방향과 논산 방향 양쪽에서 산불이 다가오고 있어서 고립될 우려가 있다”며 “구청이나 소방에서 아직 대피하라는 안내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민 하모(51)씨는 장안동에 사는 노부부를 대피시키기 위해 설득하고 있었다.
━
진화율 82% 속도…주민들 “밤새 불안에 떨어”
지난 2일 낮 12시19분쯤 발생한 대전 서구 산직동 산불은 3일째 진화 작업이 한창이었다. 3일 오후 한때 진화율이 80%대까지 올랐으나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에 불을 끄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특히 밤사이 장태산휴양림 인근과 저수지 일대의 화선이 늘었고 반대로 진화 완료된 구간이 줄며 진화율이 67%까지 떨어졌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날이 밝자 헬기 19대, 진화 인력 1968명, 소방차 120대를 투입해 불길을 잡고 있다. 오후 2시 기준 진화율은 82%로 높아졌다. 산불영향 구역은 736㏊로 넓어졌으나, 화선은 4.3㎞로 오전 5시와 비교해 2㎞ 이상 줄었다. 박은식 산림청 국제산림협력관은 “장태산을 중심으로 양쪽 기슭에 화선이 걸쳐있다”며 “민가에 산불이 번지지 않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후 6시 전까지 주불을 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요양원·중증장애 시설 입소자 발동동
현장을 찾은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시민의 심장과 같은 장태산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태산휴양림 입구에 들어서자 뿌연 연기가 날리고 있었다. 산림 안쪽 접근이 어려운 소방차는 도로변에 물을 뿌리고, 산불진화 헬기가 장태산 인근을 날아다니며 물을 뿌렸다. 숲 안쪽에 대전시 공무원 100여명이 긴급 투입돼 불을 끄는 모습도 보였다.
장태산에는 국내 대표적인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다. 이국적인 경관과 산림욕을 즐기러 많은 사람이 찾는다. 스카이웨이, 전망대, 비탈 놀이 시설 등 메타세쿼이아 숲 체험 시설도 있다. 대전시는 장태산과 인근 노루벌 일대를 국가정원으로지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산림청 “일몰전 주불 진화 목표”…민가 2채 전소
산불이 지나간 산직동 일부 마을에는 전소한 건물이 뼈대만 남은 채 있었다. 김용춘(72)씨는 “다행히 우리 집에는 불이 번지지 않았다”며 “산에서 난 불이 20~30분 만에 집 앞에 있는 민가 2채를 몽땅 태웠다”고 말했다.
대전=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밥먹을 때 폰 보면 옐로카드…손님에 경고 날리는 식당들, 왜 | 중앙일보
- 원로가수 현미 별세, 자택서 쓰러진 채 발견…향년 85세 | 중앙일보
- 시세차익만 60억…박명수 아내 한수민 '스타벅스 재테크' 뭐길래 | 중앙일보
- 김혜경 법카 제보자 비밀접촉…때론 '007' 방불케하는 그들 | 중앙일보
- 17살 조카 상대 끔찍 성폭행…인면수심 미성년 성범죄의 최후 | 중앙일보
- "마음 많이 다쳤다" 백종원의 고백…예산 국밥거리 무슨일 | 중앙일보
- "베고 자도 됩니다" 한 벌 2000만원대 '이건희 수트' 성공비결 | 중앙일보
- 여자 혼자 여행하기 안전한 나라 5개국…아시아에선 여기 | 중앙일보
- "진차 맛있서요!"…부산엑스포 유치 영상 2200만뷰 대박 비결 | 중앙일보
- 입학 조건이 학교 자퇴…SM, 사교육 1번지에 만든 학원 정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