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도발 예고에, 美도 예고로 맞섰다 "보름 뒤 ICBM 발사"
미국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은 시기를 골라 이례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예고했다. 사실상 대북 억지를 위한 맞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공군 지구권 타격사령부(AFGSC)는 3일(현지시간) “4월 셋째 주 미니트맨3 시험 발사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미 공군은 '글로리 트립'으로 불리는 해당 시험 발사를 위해 수개월 전 몬태나주 말스트롬 공군기지에서 미사일을 무작위로 선정한 뒤 발사 장소인 캘리포니아주 밴던버그 공군기지로 운반했다.
미니트맨3은 현재 미국이 보유한 유일한 ICBM이다. 사정거리가 1만 3000㎞에 달하고 미 본토에서 평양을 30분 이내 타격할 수 있다. 미 공군은 1년 4차례 정도 미니트맨3 시험 발사를 진행하고 있다. 밴던버그 기지에서 탄착 지점인 남태평양의 마셜 제도의 콰절린 환초까지 7000~8000㎞를 날려 보내는 방식이다. 1970년대 본격적으로 실전 배치된 미니트맨을 지속해서 개량한다는 취지다.
미 공군은 이번 시험 발사가 공중발사통제시스템(Airborne Launch Control System)을 통해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ALCS는 핵전쟁 때 지상에서 발사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을 대비한 체계다. '심판의 날 항공기(Dooms Day Plane)'이라는 별명을 가진 해군 소속의 핵 공중지휘통제기 E-6B 머큐리에 실린 ALCS는 공중에서 ICBM의 발사 전반을 관리한다.
이번 발사에서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예고 행보다. 미국이 미니트맨3 발사를 놓고 통상 실시 하루 전이나 직후 공개해온 전례를 감안하면 이처럼 보름 전 예고한 사례가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이 예고한 이달 중순이 북한의 주요 기념일이 몰려 있는 시기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15일), 인민군 창건(25일) 등 기념일을 계기로 강도 높은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한은 이번 달 내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공언한 상태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ICBM을 시험할 가능성을 염두에 놓고 미국이 북한 핵에 맞서는 억제력을 과시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향한 견제 의미로 공개 행보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미 ICBM은 중국 역시 민감해하는 무기로 지난해 8월 미국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미니트맨3 발사 계획을 연기한 적 있다. 공교롭게도 미니트맨3의 시험 발사가 예고된 이날 NBC 등 미 언론은 지난 2월 미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니트맨3가 저장된 말스트롬 기지를 정찰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민감해하는 ICBM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부각해 맞불을 놨다는 것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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