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게 안해요" 전도연도 홀렸다…봄 되자 '식집사'들 몰린 곳
“겨울 동안 관리를 제대로 못 해 시들해진 식물을 치료하러 오는 ‘식집사(식물+집사)’들로 예약이 꽉 찼어요.”
대구에서 반려식물 치료센터를 운영하는 박점희(61)씨의 말이다. 대구시는 박씨가 20여 년간 운영한 꽃집을 3년전부터 반려식물 치료센터로 지정했다. 박씨는 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3~4월에 손님이 가장 많다”며 “대부분 겨우내 영양이 부족해진 식물을 들고 온다”고 설명했다.
박씨에 따르면 지난달 18일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손님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센터를 찾기도 했다. 그는 “잎이 자꾸 떨어지는 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다육 식물을 건넸다. 지난 1일에는 50대 부부가 “반려식물이 시들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방문했다. 박씨는 손님이 들고 온 식물 상태를 진단하고 분갈이 등을 처방한다. 식집사는 직접 분갈이를 해 보면서 막연하게 알고 있던 화초 기르는 요령을 익힌다.
박씨는 “분갈이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시들면 영양제를 처방할 때도 있고 환기 부족으로 병충해 피해를 봤다면 살충제를 처방한다”며 “분갈이 등을 직접 집에서 할 수 있도록 식물 관리 교육까지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2021년부터 20개 꽃집을 치료 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센터당 치료 예약을 하루에 3건 정도 받는다. 이들 센터에는 대구시가 총 2000만원을 지원한다. 센터 한 곳당 100만원 정도다. 이곳을 이용하면 식집사는 화분 1개 정도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다. 박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실내에서 자연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식물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식집사’도 증가 추세다. 식집사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멍집사·냥집사’보다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배우 전도연도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식집사를 자처하며 반려식물과 함께하는 일상을 공개했다. 그는 방송에서 “(식물은) 귀찮게 하지 않는다. 계속 관심을 둬 줘야 하긴 하지만 저한테 뭘 요구하진 않는다”며 “식물을 키우고, 돌보고, 물 주는 걸 좋아한다. 저한테 제일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대구 치료센터는 문을 연 지 두 달 만에 700명이 찾았고, 2년간 3500차례 치료했다.
지난 2년간 치료센터를 찾은 749명 중 97%가 ‘매우 만족’, 99%가 ‘추가 이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대구시가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치료센터 이용객 749명 중 50대가 26.7%로 가장 많았으며 40대가 19.9%, 30대가 19.7% 순이었다.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식물은 4~6종이 30.9%로 가장 많았다. 2~3종이 31.1%, 7~9종이 16.6%였다.
대구시는 올해도 한국화원협회 대구지회와 함께 관내 화원 20곳을 반려식물 치료센터로 지정·운영할 예정이다.
안중곤 대구광역시 경제국장은 “화초 관리에 어려움이 있으면 반려식물 치료센터를 이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도시 농업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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