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하는 지상파 '웹툰' 사극, 이유가 뭘까

[리뷰] MBC <조선변호사> - SBS <꽃선비열애사> , 시청률 지지부진

[이정희 기자]

'시청률 효자'로 불리던 사극이 최근 2-3% 시청률을 보이며 고전 중이다. 특히 웹툰으로 검증된 작품이 사극이라는 장르로 넘어오면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MBC에서 방영 중인 <조선변호사>와 SBS에서 방영 중인 <꽃선비 열애사> 이야기다. 이유가 뭘까. 
 

▲ 꽃선비 열애사 ⓒ SBS

 

<조선 변호사>는 제목에 비추어 보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듯 보이지만 극중 왕은 조선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가상의 왕 이휼이다. 마찬가지로 <꽃선비 열애사> 속 임금 이창은 세자인 형과 동생을 죽이고 왕좌를 거머쥔 가상의 인물이다. 이창이 왕권을 찬탈한 것으로 치면 세조인 듯하지만, 그가 보이는 패악한 행실로 보면 연산군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런데 서사적 재미를 위해 창작해 낸 이 가상의 왕이 웹툰의 세계에선 통용됐지만 막상 드라마로 넘어오면서 흡인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 방영된 MBC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이산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왕인 이산과 그런 왕의 승은을 거부하는 당찬 여인 성덕임이라는 인물을 두 주인공으로 삼았다. 이 드라마는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살려내면서, 그 조선이라는 시대가 가진 신분적 딜레마를 드라마적 갈등의 요소로 적절하게 활용했다.

결국 성덕임은 이산의 비가 되지만 그런 역사적 결말에 이르기까지 한 여인의 주체적인 삶을 그려내기 위해 드라마는 섣부르게 역사를 가로지르지 않았다. 
 

▲ 조선변호사 ⓒ MBC

 

그런데, 웹툰처럼 '가상의 상상력'이 보장된 장르는 기존 사극이 갖는 역사적 딜레마를 가볍게 넘어선다. <조선 변호사>에서 선왕의 공주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궁궐을 나와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한다. 마찬가지로 <꽃선비 열애사>에서 여주인공 단오는 양반가의 막내딸이었지만 이제 살던 집을 이화원이라는 객주로 만들고 객주의 주인이 되었다.

조선시대 '여성'이 갖는 제약을 가뿐히 넘어선 것이다. 심지어 이화원을 살리기 위해 여주인공이 세손 찾기에 나선다. 썼다 벗었다 편의적으로 사용하는 <꽃선비 열애사> 단오의 쓰개치마처럼 신분제 사회의 제약들을 마음대로 넘나들다 보니 드라마적 갈등의 주요소가 싱거워지는 느낌이다.  

진부한 갈등 구조? 
 

▲ 조선변호사 ⓒ MBC

 
<꽃선비 열애사>는 패륜적 왕이 세손을 찾아 죽이려고 하는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대놓고 세손인 듯하는 김시열(강훈 분)과 세손을 무공으로 지키는 파수꾼인 듯한 주인공 강산(려운 분) 중 누가 진짜 파수꾼인가가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다. 그런가 하면 <조선 변호사>는 오래전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조선판 변호사 외지부 강한수의 복수극이 주된 내용이다.  

꽤나 궁금증을 일으키는 주요 서사적 구조를 뒷받침하는 건 견고한 악이다. <조선 변호사>에서는 천호진, 최무성 등이 포진한 훈구대신 그룹이 국정을 농단한다. 

<꽃선비 열애사>는 '꽃선비 중 숨겨진 세손이 누구냐'라는 흥미진진한 설정에 더해 패륜적인 왕을 둘러싼 젊은 선비들의 반정 조직과 그를 지원하는 의문의 인물 등 왕권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관계도 흥미진진하다.
 

▲ 꽃선비 열애사 ⓒ SBS

 

<조선 변호사>나, <꽃선비 열애사> 모두 겉으로 드러난 웹툰적인 설정을 한 꺼풀 드러내고 보면 고전적인 사극이 가지는 갈등 구조로 드라마를 추동해 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고전적인 구조가 어떤 면에서는 너무 전형적이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비장하고 웅장한 OST가 외려 불협화음처럼 느껴진다. 그 많은 등장인물과 장치들로 2~3%의 시청률 답보상태를 보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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