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기준금리 0.25%p 인상 가능성 56%"…국제유가 6% 급등에 물가 자극 우려(종합)

뉴욕=조슬기나 2023. 4. 4.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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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Fed)의 일을 조금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주요 산유국의 예상치 못한 감산 발표로 국제유가가 6%대 급등하면서 Fed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까지 치솟을 경우 그간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최우선순위를 둬 온 Fed의 행보에 새 변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Fed 내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역시 이러한 우려를 확인했다.

◆유가 6%대 급등…약 1년만에 최대 오름폭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6.28% 오른 배럴당 80.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일 상승폭 기준으로 작년 4월12일 이후 최대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5.7%(4.56달러) 오른 84.45달러를 기록했다. 이 또한 작년 3월 말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장중 한때 WTI와 브렌드유는 8%대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전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원국들이 오는 5월부터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발표한 데 따른 여파다. 러시아가 일일 50만배럴의 감산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을 포함하면 전체 감산 규모는 일 160만 배럴 이상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브렌트유 가격이 연말까지 최고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올 연말과 내년 말 브렌트유 전망치를 각각 배럴당 95달러, 100달러로 5달러씩 상향했다. CMC 마켓츠의 티나 텡 애널리스트는 "OPEC플러스의 추가 감산 계획에 중국의 경제 재개와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대한 보복 차원의 러시아 감산이 합쳐지면서 유가가 다시 100달러대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인플레 압박 우려 커져…불러드 "Fed 일 어려워질 수도"

이러한 유가 급등은 최근 둔화 조짐을 보여온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쏟아진다. 자칫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고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금리인상 스탠스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피닉스캐피털은 이번 감산 결정을 "인플레이션의 문제"라고 평가하며 "인플레이션 지표상 지난 12개월 동안 하락한 항목은 에너지가격과 중고차뿐"이라고 짚었다. SYZ 프라이빗 뱅킹의 루크 필리프 투자책임자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에너지 가격으로 인플레이션이 재반등할 경우 중앙은행에는 좋은 시나리오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이 이날 브리핑을 통해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결정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이유도 이러한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인한다.

Fed 내 대표 매파 인사인 불러드 총재 역시 이러한 우려에 동의를 표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OPEC+의 감산 결정은) 놀라운 일이었다"며 "유가는 변동이 심해 정확히 따라잡기 힘들다. 일부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하는) Fed의 일을 조금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불러드 총재는 올해 미국의 최종금리가 5.625%까지 올라야 한다고 밝혀왔다. Fed는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4.75~5.0%로 0.25%포인트 인상한 상태다.

시장에서도 산유국들의 감산 발표 이후 금리 전망이 한층 강화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오는 5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56%이상 반영하고 있다. 전날 48%대보다 높아진 수치다. 금리 동결 전망은 43.6%다.

다만 Fed가 주로 주시하는 물가지표가 변동성이 높은 유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라는 점에서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도 나온다. 향후 상승세는 원유 수요 불확실성 등에 따라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P모건체이스의 나타샤 카네바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실제로는 (산유국들의) 감산 규모가 더 작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석유 중개회사 PVM의 타마스 바르가는 "Fed가 현 경로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들은 유가 여파를 크게 받지 않는 근원 물가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주에는 Fed의 통화정책 결정에 여파를 미칠 수 있는 미국 3월 고용보고서, 구매관리자지수(PMI), ADP 급여보고서 등 주요 지표들의 발표도 줄줄이 예정돼있다. 월가에서는 오는 7일 예정된 고용보고서에서 3월 비농업 신규고용이 24만명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월 31만1000명에서 추가 감소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실업률은 전월과 동일한 3.6%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2분기 첫 거래일인 이날 뉴욕증시는 국제유가 급등 속에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전장 대비 각각 0.98%, 0.37% 상승 마감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27% 하락 마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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