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의장 "5일 대만 총통과 회담" 공식확인…中 반발 예상돼

미국 권력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노골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는 5일(현지시간)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담한다고 공식 확인했다.

3일 CNN에 따르면 매카시 하원의장 사무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회담 관련 세부사항을 공개했다. 매카시 의장은 오는 5일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차이 총통과 초당적 회담을 주재할 예정이다. 그간 차이 총통이 중미를 방문하는 길에 미국을 경유하는 형식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졌으나, 매카시 하원의장측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땅에서 대만 총통과 미 하원의장이 만나는 것 또한 최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미국을 경유해 중미 수교국인 과테말라, 벨리즈 순방에 나선 차이 총통은 지난달 29일 뉴욕을 방문해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주최 행사 등에 참석한 뒤 순방국으로 떠났다. 당시 뉴욕에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 대표와 회동하기도 했다. 그는 "대만과 미국 간 관계가 이보다 더 가까운 적이 없었다"며 "민주주주의 국가 동료들과 연대할 때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땅에서 대만 총통과 미 하원의장의 회담이 공식 발표됨에 따라 중국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문제는 미중 간 오랜 화약고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앞세운 중국은 그간 대만 고위 당국자의 미국 방문, 미 당국자들과의 접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해왔다. 주미 중국대사관측은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이 미중 관계의 심각한 대립으로 이어지고 가혹한 여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현직 미 하원의장으로는 1997년 이후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즉각 대만 봉쇄 훈련 등 군사적 공세에 나서기도 했었다. 더욱이 올 들어 미중 관계는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 중국의 러시아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 등으로 한층 얼어붙은 상태기도 하다.

다만 미국 정부측은 이러한 차이 총통의 방미, 하원의장 만남이 관례일 뿐이라며 이를 빌미로 중국이 공격적 행동을 취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차이 총통은 과거에도 6차례나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찾은 바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