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명 모집에 3300명 몰려…인기 최고 ‘할머니들 오디션’?
지난달 28일 대구 북구 엑스코 3층. 너른 공간 이곳저곳에 할머니로 보이는 여성 수십 명이 무언가 읊어가며 말하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한 여성은 허공에 연신 손동작을 하면서 동화 구연을 하고 있었고, 한복 차림 다른 여성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이 자리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를 뽑는 대구·경북 면접장이었다. 엑스코에 앞서 부산 벡스코, 대전 예람인재교육센터, 강원 원주복합문화교육센터, 서울 위드스페이스 등 전국 각지에서 이야기 할머니 선발을 위한 면접이 진행됐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프로젝트는 경북 안동시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이 200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17개 광역자치단체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56~74세 여성을 선발·교육한 뒤 전국 유아교육기관에 파견해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15기 활동자를 뽑고 있다.
매년 활동 규모를 확대해 지난해 3000여 명이 8600여 개 유아교육기관에서 활약했다. 어린이 약 52만 명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줬다. 경쟁이 치열하고 1년 가까운 교육 과정도 쉽지 않지만, 할머니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참가 할머니들은 “해보면 보람도 있고 참가 수당도 회당 4만원을 받을 수 있어 괜찮다”고 한다.
올해는 총 500명 선발에 전국에서 3352명이 지원해 경쟁률 6.7대 1을 기록했다. 이번 대구·경북 면접에는 서류전형에 합격한 378명이 이틀에 걸쳐 면접을 봤다. 면접에서는 이야기 구연 능력과 지원 동기, 교육자가 지녀야 할 자세, 활동 의지 등을 평가했다.
경북 경주시에서 온 박영옥(58)씨는 “주변에서 권유도 하고 사업 취지가 제 인생관과도 잘 맞아떨어져 지원했다”며 “어린이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면접 전형에 합격한 예비 이야기 할머니들은 오는 10월까지 60여 시간 교육을 받고 평가 과정 등을 거친다. 이런 다음 향후 5년간 거주 지역 유아교육기관에서 활동한다.
이야기 할머니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1년에 1500~2000자 정도 되는 옛날이야기 34개를 외워 어린이들에게 말해줘야 한다. 암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용을 전달해줘야 해 쉽지 않다고 한다. 한 번에 20~30분 정도 수업 시간이 주어지는데 집중력이 약한 3~5세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가려면 소통도 중요하다.
지원자 우현주(60)씨는 “어린 시절 할머니 사랑이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요즘 할머니 사랑을 받고 자라는 어린이들이 많이 없어 그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사업을 ‘K-컬처’로 육성할 계획이다. 우선 현재 활동 중이거나 활동 경험이 있는 이야기 할머니들이 이야기극을 통해 경쟁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오는 6월 방영할 계획이다. tvN STORY 채널 새 예능 프로그램 ‘오늘도 주인공(가제)’을 통해서다.
프로그램은 이야기 할머니가 연예인 멘토 도움을 받아 직접 이야기극(이야기·음악·동화 삽화 등이 어우러진 융·복합공연)을 기획·제작하는 방식이다. 최종 결선에서는 팀별 이야기 공연 배틀을 선보이는데 어린이·학부모·교사 등으로 구성된 현장심사단 투표를 통해 최고 이야기 공연팀을 결정한다.
또 문체부는 이야기 할머니 전래동화 구연을 애니메이션·음악과 결합한 외국어 지원 영상으로 제작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보급할 방침이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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