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논란 ‘초량 살림숲’…들끓는 민원에 설치 1년10개월 만에 이전
지난달 24일 부산 동구 초량동. 번화가인 초량육거리 앞에 설치된 6m 높이 조형물 철거가 한창이었다. 놋그릇과 고무 대야 등을 쌓아 만든 조형물 ‘초량 살림숲’(사진)은 현대미술 분야 유명 작가가 부산지역 작가들과 함께 만든 것이지만 설치 2년도 못 돼 ‘흉물’ 논란에 휩싸였다.
3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초량 살림숲은 2021년 5월 설치됐다. 제작에 참여한 작가 17명 중 실제 초량 주민의 살림살이를 모아 작품을 만들자고 제안한 건 최정화 작가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전야제에 초청받았던 현대미술 분야 유명 작가로, 그의 작품 ‘공존&공생(Come Together)’도 월드컵 제막식장에 설치됐다. 카타르 가정에서 쓰이던 전통기물과 축구공 등을 이용해 제작한 작품이다.
최 작가는 유년 시절 7년을 초량동 등 부산에서 보냈다. 산복도로 판자촌 아래 부산역과 부산항·차이나타운을 낀 동구는 6·25 전쟁 직후 ‘피란수도’ 부산의 심장부였지만 지금은 비교적 쇠락한 원도심으로 분류된다. 초량 살림숲에는 “다양한 살림 도구를 활용해 용도 폐기된 것을 되살린다”는 의미가 담겼다. 작품 뼈대를 이룬 세간살이 3000점은 주민 639명이 기증했다.
하지만 작품이 설치되자 민원이 들끓었다. 외견상 ‘가난한 과거’가 연상되는 부정적 작품이라는 이유에서다. ‘초량천시민위원회’가 주민 1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이전에 찬성(72.6%) 답변 비율이 반대 의견(12.0%)보다 훨씬 높았다. 여론에 밀려 이전되는 초량 살림숲은 앞으로 2년간 부산현대미술관에 전시된다. 동구 관계자는 “반응을 살펴 초량 살림숲을 완전히 미술관에 맡길지, 작가에게 반환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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