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바이오 생태계 구축 목표… 한국서 제2, 3 모더나 탄생 기대”

민태원 2023. 4. 3. 21: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첫 민간 주도 원스톱 신약개발 플랫폼 ‘우신클’ 천병년 대표
천병년 우정바이오 대표는 “오픈이노베이션 바이오 연구 플랫폼인 랩 클라우드를 통해 ‘한국판 모더나’가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신약개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K바이오 생태계 구축이 목표입니다. 제2, 3의 모더나가 한국에서 탄생하려면 창업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2021년 10월 경기도 동탄에 국내 최초의 민간 주도형 원스톱 신약개발 지원 스마트 플랫폼인 ‘우정바이오신약클러스터(이하 우신클)’가 들어섰다. 지난 2월 말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오헬스를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며 언급한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클러스터가 롤 모델이다. 지난해 말에는 우신클의 기능을 집약시킨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바이오 연구 플랫폼인 ‘랩 클라우드(LAB CLOUD)’도 출범했다.

이를 주도한 천병년(66) 우정바이오 대표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신약 개발 전문가들의 놀이터를 만들겠다. 그들이 창업의 기회를 갖고 사업 성장에 도움받을 수 있도록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약대 출신인 천 대표는 한국독성학회 부회장, 한국산업약사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다음은 천 대표와 일문일답.

-신약 개발에서 우신클 같은 플랫폼이 왜 필요한가.

“바이오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사업화까지는 실패 확률이 높다. 신약 개발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동물실험실, 분석장비 등 하드웨어와 최고의 과학자, 전임상·임상시험·품목허가·라이센스아웃(기술판매 허가) 분야 전문가, 투자유치·계약·특허전략 등을 담당할 재정 및 법률 전문가 등 고급 맨파워가 필요하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신약 개발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바이오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들이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진입이 쉽지 않은 이유다. 오랫동안 신약 개발을 함께 해 오면서 앞서 언급한 필요 요인들의 부재로 실패한 사례를 많이 접해왔고 그때마다 안타까움이 컸다. 그래서 신약 개발에도 오픈이노베이션 도입을 통한 스마트 연구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다.”

-우신클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총 21층 건물 지하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최첨단 동물실험시설(Vivarium)을 갖췄다. 이곳에는 인간의 세포와 조직·장기를 이식했거나 체내에 인간 유래인자들이 재구성돼 인간의 생체 기능을 나타내는 ‘인간화된 마우스’ 등 질환 동물모델이 있다. 맞춤형 치료제 개발에 필수 요소다. 또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실험에 필수적인 무균 연구시설(germ free), 감염병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한 ‘생물안전 3등급(ABL-3)’ 시설도 있다. ABL-3 시설은 국내에서 공공기관 8곳, 의료기관 1곳, 민간기관으론 이곳에 유일하고 보유하고 있다. 결핵균,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 4종의 고병원체에 대한 비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상태다. 아울러 분석센터와 기업 입주공간, 오픈이노베이션 연구 플랫폼인 랩 클라우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 마디로 신약 개발 연구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한 건물에 있어 이용 편의성이 높다.”

국내 최대 규모 동물실험실(위쪽)과 랩 클라우드 내 실험장비실.


-특히 랩 클라우드가 주목되는데.

“랩 클라우드는 바이오 스타트업들에 연구 및 실험에 전념할 수 있는 스마트 실험공간을 제공하고 초기 후보물질 발굴서부터 전임상 효능시험까지를 지원함으로써 개발자들의 시간·경제적 비용을 줄이고 실패 위험을 크게 감소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공용 실험실, 공유 연구실, 개별 사무공간, 세포 배양실, 멸균 세척실 등 랩 클라우드 내에 마련된 시설을 멤버십을 통해 이용 가능하다. 신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바이오 기업들이 비교적 적은 초기 자본으로 빠르게 사업화 단계까지 진행할 수 있는 모든 인프라를 제공하는 오픈이노베이션 공간으로 보면 된다.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클러스터 ‘랩 센트럴(Lab Central)’에서 첫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낸 모더나가 탄생한 것처럼, 한국에도 이런 오픈이노베이션 연구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랩 클라우드를 통해 ‘한국판 모더나’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지난해 말 오픈 후 15개 기업이 입주 또는 계약해 활발히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1개층에서 연내 2개층을 더 확보해 최종적으로는 100개 기업을 유치하는 게 꿈이다.”

-왜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인가.

“보스턴 랩 센트럴은 유전·생명·공학 분야 전문지(GEN)가 매년 공개하는 세계 바이오클러스터 순위에서 2016년부터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전 세계 톱 20위권에 드는 대형 제약사 중 19곳이 주요 연구소를 이곳에 두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다. 바이오생태계 혁신법을 제정하고 10년간 매년 10억달러(1조3700억원)를 투자해 많은 바이오 기업들과 민간 자본이 집중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우신클은 보스턴 클러스터와 차이점이 있다. 보스턴의 경우 바이오생태계의 주요 요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형태인 반면, 우신클은 공유 실험동물센터, 공유 분석센터 등 인프라와 전임상CRO(임상시험수탁기관), 랩클라우드 내 신약개발 스타트업들, 그리고 바이오 전문가들이 한 건물 내에 존재(all-in-one building)해 모든 것들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신클은 보스턴 클러스터의 장점을 집약하고 한국형으로 진화시킨 형태인 셈이다. 다만 보스턴 클러스터 조성에 주 정부 지원이 있었던 것처럼 우신클에도 우리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이 있었으면 한다.”

-기존에도 바이오클러스터가 있는데.

“맞다. K-MEDI허브(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K-Bio(충북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등 정부·지방자치단체 주도로 구축했거나 대학·대학병원이 만든 바이오클러스터가 여러 군데 있어 숫자, 규모적으로 부족한 건 아니다. 하지만 시험을 맡기려면 절차가 까다롭고 대기가 길다는 측면에서 이용자 편의성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시험 변경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고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평도 있다. 최신의 장비를 가동해야 하는데 가동 이후 업그레이드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공공 주도의 바이오클러스터가 가진 한계다. 공공기관으로서 초기 기업들을 지원하는 역할은 잘 할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이슈는 사업단계별 투자 유치를 통한 기술의 빠른 상업화다. 그러려면 시험에 유동적이고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데, 민간 주도 바이오클러스터가 더 큰 강점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우신클은 공공 바이오클러스터의 장점은 살리고 한계점은 보완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오늘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느냐, 아니냐는 국가의 미래 먹거리 창출뿐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위해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경제학자들도 저성장, 고실업, 고령화의 뉴노멀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핵심 산업으로 바이오를 꼽고 있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중앙·지방정부와 민간이 사업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이것이 마중물이 돼 공공 바이오클러스터들과 지방 경제도 생산적이고 역동적으로 변할 것이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