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만난 K크리처물의 맛! ‘방과 후 전쟁활동’ [볼까말까]

한국인은 전쟁 나도 출근할 거란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되면 어떨까. 지난 31일 6회까지 공개를 마친 티빙 새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은 이 같은 상상력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주인공은 수능을 50일가량 앞둔 고3들이다. 이들에게는 하늘에 1년째 흉흉하게 떠있는 구체보다 당장의 입시가 급하다. 정부는 병력을 보강하기 위해 국가 총동원령에 응하는 고3에게 대입 전형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전시병력으로 투입된 성진고등학교 3학년 2반 학생들은 방과 후 군사훈련을 받는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아포칼립스(지구 종말 세계관) 장르에 한국 실정을 덧댄 작품이다. 극에는 현실을 빼담은 인물들이 대거 나온다. 어떤 학생은 전시에 준하는 상황에도 수시 제도를 폐지했다고 반발하고, 가산점을 얻고자 총동원령에 기꺼이 임한다. 구체가 살육을 벌이는 와중에도 수능 공부를 못 했다고 초조해하는 학생들도 있다. 도심이 쑥대밭이 돼도 선생님과 학생 모두 평소처럼 등하교한다. 다분히 한국적인 풍경이다. 부모들은 군사훈련을 받기 싫어하는 자녀를 설득하며 동의서에 도장을 찍는다. 과열된 입시 현실을 풍자한 장면들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극에는 신선함과 익숙한 재미가 공존한다. 대입을 위해서라면 무엇보다도 절박해지는 고3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면, 크리처 장르물의 클리셰를 따르며 아는 맛을 충실히 재현한다. 구체의 약점을 초반부터 보여주며 희망을 조금씩 내비치는 식이다. 학원물 특징도 생생히 살아있다. 또래 사이 미묘한 갈등이나 실감 나는 교우관계 설정은 작품에 이입을 돕는다.

뻔하지 않은 캐릭터는 ‘방과 후 전쟁활동’의 강점이다. 기존 크리처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절대 악은 없다. 극한 상황에 놓여 이기심을 부리던 인물은 때때로 이타적인 면을 보여준다. 객기를 부리며 단체행동에 협조하지 않다가도 모두의 생존 앞에 희생을 자처한다. 공포심에 몸서리치다가도 기꺼이 용감해진다. 무조건적인 ‘민폐’ 캐릭터를 설정하지 않고 학생들마다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다. 인물의 입체성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어른 캐릭터도 볼거리다. 가산점을 미끼 삼아 학생을 방패막으로 내세우는 나쁜 어른이 있는 반면,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좋은 어른도 여럿 나온다. 현실적인 설정 위에 뛰노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신파 요소가 심하진 않다. 감정을 건드는 장면은 여럿 나오지만 극에 이입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학생들의 서사를 모두 다루려 하다 보니 속도감이 늘어지는 부분이 생긴다. 학생들의 평범한 일상을 주로 다룬 1, 2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구체가 본격적으로 활개 치는 3회부터 크리처 장르에 걸맞은 재미가 살아난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뒤로 갈수록 스릴감이 더해지는 드라마다. 학생들은 긴급 상황에도 유쾌함과 발랄함을 잃지 않는다. 어른에 관한 불신 역시 정제하지 않고 드러낸다. 이들이 표현하는 날것의 감정들은 극을 이끄는 동력이다. 장난스럽게 훈련에 임하던 학생들이 훌쩍 철든 모습은 마음 한쪽을 뭉클하게 만든다. 공개 후 성과는 좋다. 지금까지 티빙이 공개한 모든 오리지널 드라마 중 첫 주 기준 유료가입기여자수 역대 1위다. 7~10회를 담은 파트2는 이달 중 공개 예정이다.
볼까
재난물과 크리처물을 좋아한다면 시청을 권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서사에 힘이 붙어 재미가 진해진다. 한국형 크리처물의 맛을 느끼기에도 좋다. 웹툰 원작을 좋아했다면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만하다.
말까
18세 이상 관람가인 만큼 잔혹한 묘사가 여럿 나온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유혈이 낭자한 현장에서 울부짖는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시청자에 따라 신파라고 느낄 장면이 군데군데 나온다. 건조한 분위기의 크리처물을 원했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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