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향해 발톱 드러낸 中…韓 반도체 외줄타기 더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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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 반도체 때리기에도 숨을 고르던 중국이 처음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어 "미국이 반도체 장비를 통제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 업체로선) 중국에서 발을 빼는 것이 정해진 수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이 상황(미국의 중국 제재)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위기로만 보지 않고 글로벌 오퍼레이션(Operation) 확장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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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미국 리스크 줄였더니 이번엔 중국 변수
"중국 발톱, 한국으로 바로 오지 않을 것"
장기 중국 리스크는 지속…美 제재 주시 필요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 반도체 때리기에도 숨을 고르던 중국이 처음으로 반격에 나섰다. 미·중 사이에 낀 국내 반도체 업계로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최대한 국내 입장을 내세우며 외줄 타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중국 리스크 해소를 위한 점진적인 생산 거점 다변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3일 반도체 업계는 중국이 마이크론을 상대로 사이버 안보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자 상황을 살피고 있다.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을 상대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사례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동맹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꾸리는 상황에서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사안인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은 3월 31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의 중국 판매 제품에 대해 인터넷 안보 심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심사 취지를 밝혔지만 구체적인 심사 방법과 향후 결과에 따른 대응 등은 밝히지 않았다.
중국 안팎에선 이번 제재가 미국을 상대로 한 경고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행하던 규제 방식과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기업 화웨이를 겨눴다. 화웨이 통신 장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각종 규제를 발표하고 다수 국가가 화웨이 장비를 쓸 수 없도록 했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 등 미국과 보폭을 맞추는 주변국으로까지 발톱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중국이 마이크론 심사 계획을 밝힌 날 일본 정부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23개 장비의 수출 통제 계획을 밝히며 관련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중국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 제재에 힘을 실었다. 앞서 미국은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한 뒤 일본과 네덜란드에 협조를 요청해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행보가 당장 국내 업계로까지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 국내 업체의 현지 영향력이 마이크론보다 크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중국 시안에서 D램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시안과 우시 등 다수 지역에 D램과 낸드플래시 전공정 및 후공정 공장을 운영 중이다. 만약 국내 업체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중국 현지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한동대 교수)은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제재할 수 있지만 현지서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쉽게 집을 선택지는 아니다"며 "미국도, 중국도 다 우리를 필요로 하기에 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쪽엔 국내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미국 쪽엔 우리가 얻을 것을 분명히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중국 리스크는 계속될 예정이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 가드레일 세부 조항을 발표하며 기술 업그레이드를 허용, 국내 업계가 한숨 돌린 상황이지만 미·중 경쟁이 지속할수록 사업상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하면 국내 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며 "하지만 미·중이 본격적으로 싸움을 한다면 국내엔 좋지 않은 상황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반도체 장비를 통제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 업체로선) 중국에서 발을 빼는 것이 정해진 수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이 상황(미국의 중국 제재)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위기로만 보지 않고 글로벌 오퍼레이션(Operation) 확장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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