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논란'도 이겼지만…핀란드 37세 여총리 실각시킨 경제
2일(현지시간)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 산나 마린(37)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사민당)이 득표율 3위에 그치면서 재집권에 실패했다. 이로써 2019년 34세 나이로 세계 최연소 선출직 지도자에 올랐던 마린 총리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핀란드 총선에서 친기업 성향의 중도우파 국민연합당이 득표율 20.8%로 원내 제1당을 차지했다. 마린 총리의 사민당(19.9%)은 극우 성향의 핀란드인당(20.1%, 2위)에도 근소한 차이로 밀리며 3위에 그쳤다. 이에 따라 에두스쿤타(핀란드 의회)의 200석 중 국민연합당이 48석, 핀란드인당 46석, 사민당 43석을 각각 차지하게 됐다. 투표율은 71.9%였다.
총선 결과가 나오자 마린 총리는 “선거의 승자 국민연합당과 핀란드인당을 축하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지지자들을 향해선 “2019년 총선 대비 사민당이 3석을 더 얻었다”면서 “우리가 1위에 오르진 못했지만 좋은 성과를 냈다. 민주주의를 축하하는 건 언제나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산나 마린 총리는 재임 기간 솔직한 화법과 화려한 패션 등으로 핀란드 정계 안팎의 시선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키 사노마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마린 총리 지지율은 당시 64%(여성 지지율 69%)로 상당히 높았다. 제니 카라미키 헬싱키대학 정치학 교수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인기를 유지한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취임 후 코로나19 사태 해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을 무리 없이 이끌면서 정치 역량도 인정받았다. 다만 튀는 언행에 대한 호불호는 갈렸다. 지난해 사적인 파티에서 춤을 추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마약 복용 의혹까지 제기돼 검사를 받기도 했다.
마린 총리는 높은 인기에도 총선 기간에 경제가 최대 이슈가 되면서 재집권에 실패했다. 핀란드의 국민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9년 64%에서 현재 73%로 뛰었다. 국민연합당의 페테리 오르포(53)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 “마린 총리가 공공 지출을 통제하지 못한다”면서 공세를 퍼부었다. 또 60억 유로(약 8조5000억 원)의 공공 지출 삭감을 공약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국민연합당은 이번 총선 승리로 12년 만에 원내 제1당이 됐다. 이날 오르포 대표는 “위대한 승리”라고 자축한 뒤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경제 성장 촉진과 새 일자리 창출이고 나토·핀란드 관계 구축은 그 다음”이라며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다.
오르포 대표는 3일 국민연합당 주도의 새 정부 수립을 위한 연정 협상에 돌입한다. 그가 총리에 오르려면 과반 의석인 101석을 확보해야 한다. 오르포 대표는 아직 연정 파트너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로 “모든 정당과 협상을 시도할 것이며 핀란드를 위해 최선의 정부를 꾸리려고 노력해온 우리의 전통을 믿는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극우 정당인 핀란드인당과 손잡는 ‘청(국민연합당 대표색)·흑(핀란드인당 대표색) 연합’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핀란드인당은 2015년 처음 의석을 확보한 정당으로, 2021년 리카 푸라(45) 대표가 당을 이끌면서 반(反)이민, 유럽연합(EU) 탈퇴, 반 기후정책을 내세우며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일각에선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최소 3개 정당이 연합해야 하는 만큼 핀란드인당 대신 사민당(빨간색)과의 ‘청·홍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핀란드 사회에 극우에 대한 거부감이 큰 데다 스웨덴인당·좌파연합·녹색당 등이 핀란드인당과의 연정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NYT는 “1~3위 정당 득표율이 엇비슷해 연정을 꾸리기까지 최소 수 주가 걸릴 것”이라며 난항을 예상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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