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한 있어도 소놓고 못가"...다시 커진 홍성 산불, 발만 동동 [르포]
“도대체 헬기는 다 어디로 간 거예요. 불길이 저렇게나 거센데 소방차 두대, 진화인력 20~30명이 가당키나 한 거예요?” 마을 주민들은 “사람을 수천 명이나 투입했다는 데 어디 있나. 오후 들면 바람이 더 강해지는데……”라며 울먹였다. 3일 낮 12시 충남 홍성군 서부면 신촌마을에서 강한 바람을 타고 집채만 한 불길이 치솟았다. 마른 나뭇가지는 ‘타닥, 타닥’ 소리를 내며 속절없이 타들어 갔다.
검은 연기로 앞을 분간하기 어렵고 숨쉬기조차 힘들어지자 현장 지휘관은 위험하다고 판단, 대원들에게 뒤로 물러날 것을 지시했다. 진화작업을 지켜보던 주민들도 불길을 피해 도로까지 나왔다. 취재에 나선 중앙일보 기자도 마스크를 썼지만 메케한 냄새 때문에 대기 중이던 차 안으로 대피했다.
집채만 한 불길에 진화인력 급하게 철수
지난 2일 오전 11시 충남 홍성군 서부면 중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24시간이 넘도록 타고 있다. 오전 11시 73%까지 올랐던 진화율은 오후 들어 강한 바람이 불면서 급속하게 정체됐다. 산불 현장은 천수만과 인접해 사계절 내내 강한 바닷바람이 부는 곳이다. 낮 12시 산불현장지휘본부를 찾은 김태흠 충남지사가 “오전에 좀 더 진화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서부면 교항리 자은동 마을에선 민가 뒤편까지 산불이 내려오자 보다 못한 주민이 직접 물 호스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물줄기가 불길까지 닿지 않자 한숨만 내쉬며 “소방차 한 대만 더 보내주지, 물대포를 쏘는 차도 있던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주민들 "소방차, 헬기 다 어디로 갔나”
진화를 지켜보던 마을 주민은 “어제는 불이 번지지 않아 마을회관으로 가지 않고 집에서 잤다”며 “(진화가) 이렇게 더디면 오늘은 끄기 어렵겠다”고 말했다. 자은동 마을에서 소 50마리를 키운다는 주민은 “지금 어디로 가라는 거냐, 죽는 한이 있어도 소를 놓고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홍성 산불 이틀째인 3일 산림청과 충남도는 오전 6시10분부터 헬기 22대와 장비 154대, 인력 2946명을 동원해 진화 작업 중이다. 오전 8시 69%였던 진화율은 6시간이 지난 오후 2시에는 66%로 다시 곤두박질쳤다. 산불 영향구역은 1054㏊까지 늘어났다. 전체 화선은 23.8㎞로 오후 2시 기준 15.8㎞를 잡았다. 하지만 구간인 8.0㎞가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인 데다 불길이 인근 갈산면과 결성면을 번지면서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오후 들어 강한 바람, 진화 어려움 예상
당국은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초속 3~5m에 머물던 산불 현장 바람은 오전 11시쯤 초속 10m를 넘어섰다. 오후 3시쯤에는 12~13m까지 강해질 것으로 기상 당국은 전망했다. 그만큼 진화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마을 주민들은 “산이 높지는 않지만, 골바람이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가 크다”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 "오늘(3일) 중 주불 잡겠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오전 6시부터 헬기와 진화인력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오늘(3일) 중으로 주불을 잡아야 한다”며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지휘관들은 각별하게 신경을 써주고 주민께서도 충남도와 산림청을 믿고 통제에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2일 산불 34건, 하루 산불 역대 3번째
한편 지난 2일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34건으로 2002년 4월 5일 63건, 2000년 4월 5일 50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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