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비트]사무실에 등장한 애플의 '매서운 칼날'

정현진 2023. 4. 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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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요즘처럼 빅테크 기업의 정리해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해고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볼 지도 모르겠지만, 애플이 이번에 타깃으로 삼은 건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은 직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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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전환 과정엔 대화 우선돼야

편집자주 - [찐비트]는 '정현진의 비즈니스트렌드'이자 '진짜 비즈니스트렌드'의 줄임말로, 일(Work)의 변화 트렌드를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애플이 최근 '해고 카드'를 꺼내들었다. 요즘처럼 빅테크 기업의 정리해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해고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볼 지도 모르겠지만, 애플이 이번에 타깃으로 삼은 건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은 직원들이었다.

미국 IT 전문매체 플랫포머의 조 쉬퍼 편집장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애플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주일에 최소 3일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으면 경고하겠다고 공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 조직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으면 해고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하이브리드 근무 계획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지 1년 만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애플이 사무실 출근을 두고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을 택한 배경에는 지난 1년 간의 내부 전투가 있었다. 쿡 CEO의 발표 이후 재택근무 축소에 반대하는 직원 그룹인 '애플 투게더'가 회사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머신러닝 전문가 이안 굿펠로 등 핵심 인물이 퇴사했다. 거센 반발에 회사는 사무실 출근 시점을 여러 차례 연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도입했지만 해고 카드를 꺼낼 정도로 회사가 원하는 만큼 직원의 사무실 복귀가 이뤄지진 않았던 모양이다.

애플은 미국의 익명 직장평가 플랫폼인 글래스도어가 올해 1월 발표한 '2023년 일하기 좋은 100대 직장' 조사에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제외됐다. 글래스도어는 사무실 복귀 과정에서 발생한 일들이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쿡 CEO가 직원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의미다. 여기서 해고가 추가된다면 분위기는 더욱 좋을 리 없다.

최근 국내 기업의 재택근무 축소가 시작됐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도 직원들과의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회사의 통보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숙박 플랫폼 야놀자는 2020년 전 직원 자율 원격근무제를 도입했다. 향후에도 근무 형태를 바꾸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지난 2월 야놀자는 이를 하이브리드 근무제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야놀자가 원격근무를 복지처럼 홍보해놓고 갑자기 말을 바꿔 '취업 사기'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원격근무 방침에 지방으로 이사를 갔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회사가 수도권 외 지역 거주자의 사무실 출근은 내년으로 연기하기도 했다. 경영진은 다급히 설명회를 열고 직원들을 진정시키느라 정신 없었다.

이제 시작이다.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근무제도의 변화에 맞춰 업무 조율을 해야할 부분은 많고 조정해야할 일도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체감하는 바가 달라진다. 그 과정을 순탄하게 만들어 나가기 위해 대화를 피해선 안된다. 회사가 분명한 방향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직원들을 설득하고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요구를 듣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시기 전 세계를 강타했던 '대퇴사(Great Resignation)'라는 단어를 만든 앤서니 클로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부교수는 지난해 12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상사가) '대화를 나눠보자'라고 한다면 그 자체로 직원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라는 강력한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행위가 '투자'라고 했다. 부디 국내에서 애플의 해고 카드처럼 매서운 칼날이 등장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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