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미래는 곧 메모리"…K-반도체, 2025년 기록적 실적 기대

김평화 2023. 4. 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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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삼성전자·SK하이닉스 전략 마련
업황 부진에 감산 및 R&D 투자 힘써
조특법 개정안 통과에 용인 산단 조성

글로벌 경기 악화로 지난해부터 반도체 시장에 유례 없는 한파가 닥쳤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각기 다른 감산 전략과 함께 R&D 투자에 힘쓰며 혹한기를 견디고 있다. 최근에는 시장 회복과 관련한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면서 이같은 대응에 힘을 얻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나서 반도체 세액공제율 상향과 클러스터 조성에 힘쓰고 있는 점도 긍정 요인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부터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27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96.94% 급감했다. SK하이닉스는 1조70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시장에서 'IT 수요 감소→초과 공급→재고 증가→가격 하락→실적 감소' 악순환이 이어졌고,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타격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같은 상황에서 같은 듯 다른 전략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계 1위인 만큼 덩치를 무기 삼았다. 웨이퍼 공급량을 줄여 반도체 생산량을 조절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인위적인 감산을 하지 않았다. 대신 공장 생산 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를 통해 간접 감산을 실시, 감산 규모를 최소화했다.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를 통해 작년 4분기엔 D램 시장에서 45.1%(트렌드포스 기준) 비중을 차지하며 전분기보다 4.4%포인트 늘어난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대로 각종 투자와 연구·개발(R&D) 규모는 키웠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는 47조8717억원으로 전년보다 9.89% 늘었다. 올해는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CAPEX 내 R&D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물론 실적이 쪼그라들면서 투자 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아우 격인 삼성디스플레이에 20조원을 빌린 상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작년 4분기부터 직접적인 감산에 들어갔다. 대신 수익성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감산 타격을 최소화했다. 고부가가치 첨단 제품 수요는 늘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예측은 현실화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주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일부 제품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타이트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총 4조9053억원을 R&D에 투입하며 투자 규모를 전년보다 21.28% 늘렸다. 그 결과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2021년 9.4%에서 지난해 11.0%로 1.6%포인트 늘었다. 올해 CAPEX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지난해 규모(19조원)의 50% 정도로 줄인다. 운영비용(OPEX)도 줄인다. 대신 고성능 제품 양산을 위한 필수 투자와 R&D, 인프라 투자는 지속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릿고개에도 R&D를 포함한 투자에 힘쓰는 배경에는 첨단 메모리 수요 기대가 있다. 시장에선 올해부터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 사용이 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챗GPT 효과로 인공지능(AI) 서비스 출시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성능·고용량·고효율 메모리 사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예상이 늘고 있다.

산제히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콘퍼런스콜에서 "미래가 곧 AI이며 AI 미래는 메모리 미래와 같다"고 말했다. 2025년엔 이같은 효과로 반도체 업계가 기록적인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국가 주도 대항전이 된 반도체 경쟁에서 정부와 국회가 지원에 나선 점도 긍정 요소다. 국회는 3월 30일 본회의를 열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조특법 개정안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앞으로 대기업 기준 공제율이 8%에서 15%로 늘어난다.

정부는 지난달 경기도 용인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팹리스(반도체 설계)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모일 예정이다. 용인에는 SK하이닉스가 조성하는 클러스터도 있어 대규모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이점이 크다.

여기에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업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할수록 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주 주주총회에서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반도체) 시장 규모가 10% 늘어나 62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며 "중국 리오프닝으로 IT 수요가 늘면서 가시적인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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