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사장님]②"중기는 대출 회수 어렵다" 낙인찍는 은행들…가산금리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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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가계대출 금리와 다르게 기업대출 금리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시화공단에 있는 한 은행 지점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액 자체가 수십억 원 단위라 금리가 2~3%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이자 비용이 수천만 원씩 뛰어서 가계보다 금리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라며 "주변의 은행 지점들에서 연체가 생기고 있단 이야기가 속속 들리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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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채무상환 능력 더 하락
"기업 망가지면 기업·가계 동시에 연체 확률 높아져"
"'요즘에 공장들이 하나둘씩 매물로 나와도 매매가 안 돼요. 심각한 상황입니다. 저금리 시절에 회사 덩치에 비해 시설자금 대출을 많이 받았던 업체들이 문제죠. 몇 년 전에 공장 살 때만 해도 금리가 2~3%였는데, 지금은 5~6%로 두배가 넘게 뛰었잖아요. 이자라도 낼 수 있으면 버티겠지만 그럴 형편이 안되다 보니 다시 임대로라도 들어가려고 공장을 내놓는 거예요. 그런데 팔려고 하면 뭐합니까. 이렇게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살 사람이 어디 있나요." (31일, 시화공단 반도체 부품 제조 중소기업 운영자)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가계대출 금리와 다르게 기업대출 금리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두 배 넘게 커진 이자 부담에 중소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시화공단에 있는 한 은행 지점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액 자체가 수십억 원 단위라 금리가 2~3%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이자 비용이 수천만 원씩 뛰어서 가계보다 금리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라며 "주변의 은행 지점들에서 연체가 생기고 있단 이야기가 속속 들리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중소기업 금리 큰 폭 상승3일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6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의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5.34%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평균 금리(4.92%)보다 0.42%포인트가 높은 수준이었다.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 기업대출 금액 중 80~85%가 중소기업 몫이다.
기업 대출금리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이 불안해지며 급등했다. 9월까지만 해도 가계보다 낮았었다. 그런데 10월에 전달보다 단숨에 1.12%포인트가 오르더니 지금까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계와 금리차도 작년 12월부터 커지는 추세를 보인다.
기업 대출금리는 왜 이렇게 뛴 걸까. 경기가 악화되며 은행들이 대출 회수 불가 리스크를 반영해 기업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업종별로 상황이 천차만별이고,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산업 전망이 나쁜 곳엔 은행 마진이 되는 가산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주담대의 경우 확실한 담보가 있는 데다 당국에서 낮추라고 압박을 하면서 이 가산금리를 줄이는 형태로 금리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채무상환 능력은 더 떨어져…"개인보다 기업금리 깎아줘야"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중소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은 더 떨어지고 있다. 기업이 이자를 낼 수 있냐를 판단하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 악화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말 3.7배였다가 작년 3분기 2.9배로 떨어졌다. 영업이익 대비 이자 비용이 그만큼 늘어났단 의미다. 이 와중에 매출도 비상이다. 같은 기간 전년동기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14.4%에서 10.4%로 미끄러졌다.
매출에 빨간불이 켜지고 이자는 오르다 보니 중소기업들도 대출받기를 꺼리고 있다. 전년동기대비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도 작년 2분기 고점(16.2%)을 찍은 이후 금리가 크게 오르자 내리막을 탔다. 12월 기준으로 12.6%까지 주저앉았다.
인천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용 LED전구를 만드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기업이 망가지면 고용이 불안정해져서 근로자들까지 돈을 못벌게 되고 이렇게 되면 기업이고 가계고 한꺼번에 연체 확률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며 "금융당국이 나서서 개인대출 1%포인트 깎아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근로자인데 기업대출 금리부터 지원해 주는 게 먼저"라고 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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