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박성웅 "박성광, '웅남이'로 입봉 시키고 싶었다"

류지윤 2023. 4. 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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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만 관객 동원

배우 박성웅이 '웅남이'에 출연한 이유는 오로지 박성광 감독 때문이다. 12년 전 술자리에서 연출의 꿈을 내비치며 '형님 영화 한 번 하시죠'라는 말이 '웅남이' 시나리오로 돌아왔다. 물론 시나리오 자체 완성도는 높지 않았다고 고백했지만, 함께 고쳐나가며 완성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섯 번의 수정 끝에 태어난 것이 지금의 '웅남이'이다. '웅남이'는 출생의 비밀로 인해 곰과 같은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게 된 웅남이(박성웅)가 국제범죄조직 체포 작전에 투입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박성웅이 웅남이와 킬러로 키워진 이정학 1인 2역을 연기했다.


"원래 시나리오는 이정학이 무자비한 나쁜 놈이었어요. 그런데 이 설정만으로는 안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방향을 털었어요. 쌍둥이로 태어나 한 명은 살인 병기로 길러졌고, 한 명은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킬러로 자랐어도 착한 천성은 변할 것 같진 않았죠. 그 부분을 조금 집중해서 박성광 감독과 상의해 시나리오를 같이 수정했어요."


박성광은 동아방송예술대 영화예술학과에서 연출을 전공한 후, 2011년 '욕'을 시작으로, '슬프지 않아서 슬픈', '끈' 세 편의 단편영화 메가폰을 잡았다. 그러나 박성웅은 박성광의 전작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그만큼 박성광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컸다. 자신이 출연을 하지 않으면 박성광에게 상업 영화 데뷔의 문은 한층 더 높아질 것 같다는 걱정도 있었다.


"12년 만에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저를 두고 썼다고 하고 제목도 '웅남이'라 제가 안 하면 이 영화는 엎어질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든 박성광을 입봉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배우와 함께 하면 많이 휘둘릴 것 같았어요. 하하."


박성웅은 배우로서 연기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박성광과 함께 현장에 머무르며 전반적으로 작업이 잘 진행 될 수 있도록 안팎으로 신경 썼다.


"통영에서 한 달 동안 살았어요. 사실 연출부, 제작부 쪽에서 개그맨이 감독이라 괴리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성광이도 자격지심을 느낄 것 같았고요. 모든 현장은 삐걱거리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상주하며 서로에게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주려고 했습니다."


극중 웅남이의 나이는 스물 다섯 살로 박성웅은 이이경과 유쾌한 절친 케미스트리를 뽐냈다. 박성웅은 '웅남이'란 캐릭터에 젖어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를 이이경 덕분이라고 칭찬했다.


"저는 그냥 이이경에게 맞춰서 연기하면 됐죠. 카메라가 돌아가면 나를 정말 친구로 대하더라고요. 하하. 2회차 때 뒤통수를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주 시원하게 때리더라고요.(웃음) 제 스물 다섯 살 때는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해 삶을 진지하게 살 때라, 더 친구들과 철없이 놀 던 때를 상기시키며 이이경과 즐겁게 연기했죠."


박성웅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신세계'(2013)의 이중구가 따라붙는다. 박성웅의 진가가 빛난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라는 대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 입에서 언급된다. 누아르 이미지가 강한 탓에 박성웅을 무섭게 보는 이들도 많지만, 사실 박성웅은 천성적으로 유쾌한 배우다.


"저는 남을 웃기는데 욕심이 있는 게 아니라, 남을 웃기는 걸 잘해요. 하하. 농담이고요. 전 무표정일 때가 평온한 상태예요. 그런데 다들 접근을 잘 못하더라고요. 누아르 장르는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하하. 코미디 할 때는 제가 맘껏 연기를 해도 얼굴 때문에 오버하는 것처럼 잘 안 보이더라고요. '웅남이'도 그랬던 것 같고요. 이 점은 저만의 노하우이자 강점인 것 같아요. 어쨌든 둘 다 잘하고 싶은 마음 입니다."


'웅남이'에는 배우 정우성이 카메오로 출연해 마지막을 장식한다. 정우성은 박성웅과의 인연으로 바쁜 일정 중에도 카메오를 흔쾌히 수락했다. 박성웅은 정우성을 캐스팅하는 과정을 들려줬다.


"처음에 마동석 배우에게 부탁했는데 미국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한테 빚을 진 사람이 누가 있지 생각해 보니 황정민, 정우성 두 분이 생각났죠. 그런데 황정민 형이 그 때 연극을 하고 있어서 촬영이 불가피했어요. 그래서 정우성 한 명 남았는데 제가 한 번 거절 당하니 위축돼서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사나이 픽처스 한재덕 대표가 정우성 씨에게 말해놨더라고요. 출연하겠다고 먼저 연락이 왔어요.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웅남이'는 24만 9311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박성웅은 '웅남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한 웃음을 준 영화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는 박성광을 향한 응원이기도 하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모두 편하게 오셔서 보고 가셨으면 해요. '웅남이'가 어느 정도 인정 받아서 박성광이 두 번째 상업 장편 영화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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