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승리' 이승엽 감독, "희로애락 모두 느꼈다…선수들 애틋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47) 감독은 '힘들게 첫 승을 했다'는 취재진의 인사에 "'힘들다'는 표현으로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감독이 두산 지휘봉을 잡고 프로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1일 잠실구장. 두산은 롯데 자이언츠와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혈투 끝에 연장 11회 말 호세 로하스의 끝내기 3점 홈런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 감독은 "힘들다가, 역전하면 좋았다가, 다시 뒤집히면 힘들기를 반복하면서 한 경기 안에서 희로애락을 다 느낀 것 같다"며 "4시간 30분이 넘는 경기(4시간48분) 아니었나. 정말 긴 경기였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두산은 3-8로 뒤진 채 시작한 7회 말, 김재환의 동점 3점포 등으로 5점을 뽑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 11회 초 다시 치명적인 실점을 했지만, 11회 말 1~3번 타자의 활약으로 전세를 뒤집어 값진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감독은 로하스의 끝내기 홈런 타구가 잠실구장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옆에 있던 김한수 수석코치와 얼싸 안으며 기뻐했다.
경기 도중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느라 "목이 다 쉬었다"는 이 감독은 "이긴 것도 좋지만, 5점 차 열세를 뒤집고 끝내 승리했다는 점에서 두산의 힘을 느낀 것 같아 더 좋았다"며 "힘들 것 같은 상황에서 다시 점수를 내면서 끝까지 버티다 이겼기 때문에 그냥 일반적인 승리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기긴 했지만, 삐걱거리기도 한 경기였다. 이 감독은 "잘 된 부분이 있는 반면 반성할 부분도 많았다"고 했다. "선두 타자 볼넷 5개를 포함해서 볼넷이 총 10개가 넘었다. 11회 초 투수 이병헌이 선두타자를 잘 잡고도 다음 타석에서 왼손 타자한테 볼넷을 주면서 실점으로 이어진 부분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앞으로도 수많은 위기가 오겠지만, 이런 실수를 계속 줄여나가야 우리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디딘 이 감독은 144경기를 향한 첫 관문을 어렵게, 하지만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두산 선수들은 경기 후 더그아웃 앞에 둥글게 모여 이승엽 감독의 첫 승을 축하하는 꽃다발을 건넸다. 이 감독은 "진짜 선수 때보다 (감독으로서 받는 게) 훨씬 좋았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유가 있다. 이 감독은 "선수 때는 내가 잘할 때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선수 중 어느 누구든 잘하면 내가 계속 기분이 좋다"며 "그래서 지금은 좀 더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이제는 동료라기보다 '스승과 제자' 비슷한 관계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잘하면 내 어깨가 더 올라갈 것 같다"고 했다.
빈말이 아니다. 이 감독은 이날의 승리를 확정한 기념구를 로하스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감독 이승엽의 데뷔전 승리구'보다 '타자 로하스의 KBO리그 첫 홈런구'로 더 의미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감독은 "나보다는 로하스에게 더 중요한 공이다. 나는 내일(2일) 경기에서 승리하고 받으면 된다"며 "우리에게는 아직 143경기가 더 남았다"고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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