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최악의 순간에 만난 최고의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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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즐겨 쓰는 신조어 중에 '츤데레'와 '겉차속따'가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오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토는 이웃에게 차갑고 냉정하게 대하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전형적인 '츤데레'이며 '겉차속따'다.
영화는 괴팍하고 깐깐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 오토를 통해 각박한 세상에서 이웃 간의 정과 유대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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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즐겨 쓰는 신조어 중에 '츤데레'와 '겉차속따'가 있다. '츤데레'는 퉁명스럽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의 일본말 '츤츤'과 '데레데레'의 합성어이며 '겉차속따'는 '겉은 차갑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뜻의 줄임말이다. 이 두 신조어는 상대를 향한 좋은 감정은 있지만 부끄러워서 표현하지 못하고 퉁명스럽고 차갑게 구는 사람을 부르는 의미로 사용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오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토는 이웃에게 차갑고 냉정하게 대하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전형적인 '츤데레'이며 '겉차속따'다. 원작인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소설 ‘오베라는 남자’는 1천 만부 넘게 팔린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이미 2015년 한 차례 영화화됐고 이번에는 톰행크스 주연의 ‘오토라는 남자’로 리메이크 됐다.
매사에 불만이 가득하고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오토(톰 행크스 분)는 까칠한 성격과는 달리 누구보다도 세상만사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인생의 유일한 빛이었던 아내 소냐(레이첼 켈러 분)가 세상을 떠나자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다. 오토가 아내의 곁으로 가고자 마음먹고 천장에 끈을 매달던 그때, 새로 이사 온 이웃집 남자의 미숙한 운전 솜씨 때문에 하던 일을 멈춘다. 그리고 이때부터 오토가 죽으려는 타이밍마다 이를 방해하는 이웃이 나타나면서 점점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흘러간다.
이웃 간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삶이 편리해지고 각자 살기 바쁜 요즘 주의를 둘러보고 이웃 간의 정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동네에서 가장 친했던 이웃 루벤의 집을 고쳐주면서 오토는 세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탄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이웃들의 일과 공동체를 관리하는 일에 관심을 갖지 않고 각자 살기 바쁘기 때문이다. 오토는 친절하지는 않지만, 이웃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평행 주차를 못하는 이웃에 운전을 대신해 주고,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봐주며 그림책까지 읽어준다. 오토가 동네를 순찰하며 정비할 때 사람들은 웬 오지랖이냐는 식이지만 오토는 진심이다. 영화는 괴팍하고 깐깐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 오토를 통해 각박한 세상에서 이웃 간의 정과 유대감을 느끼게 한다.
현대인들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말한다. 자살하기 위해 전철역을 찾은 오토가 선로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다른 노인이 먼저 선로에 떨어진다.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주인공은 당황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더 놀란다. 하나같이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만 찍을 뿐 아무도 도우려 나서지 않는 것이다. SNS의 발달로 그 어떤 세대보다 폭넓은 교류를 하는 시대지만 동시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만 심화되는 요즘이다. 영화는 공동체 회복을 통한 개개인의 연대와 구원을 훈훈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는 관계에 대한 불안과 소외를 지니고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전한다.
톰 행크스의 연기 또한 뛰어나다. 한 남자의 희노애락을 잘 표현해 냈으며 쌀쌀맞기보다는 친절하지 않은 오토의 캐릭터를 잘 나타냈다. 그의 연기로 관객들은 오토의 사연을 다 알기도 전에 이미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다. 주연배우의 연기와 원작의 시너지로 완성된 감동은 묵직하다.
우리는 이웃과의 교류가 현저히 떨어진 사회에 살고 있다. 시대가 각박해지고 개인주의가 만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웃과의 정과 교류가 지금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공동체의 안전망이 사라지고 개인들은 각자도생하고 있다. 영화 ‘오토라는 남자’는 최악의 순간, 최고의 이웃을 만난 오토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인시켜 준다.
양경미 /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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