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한숨 돌렸지만… 2025년까지 중국 광물 끊어야

김현경 입력 2023. 4. 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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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김현경 기자]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며 한미 간 통상 갈등을 촉발했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세부규칙 마련과 함께 완전 시행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미국 측과의 추가 논의를 통해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미 정부의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를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한다는 법 조항은 결국 바꾸지 못했다.

하지만, 리스용으로 판매되는 전기차는 이 조항을 적용받지 않게 되면서 아직 전기차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차그룹은 그나마 숨통을 트게 됐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당초 우려와 달리 당장은 공급망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혜택을 보게 됐다.

다만 2025년 전에는 중국 핵심광물 의존을 줄여야 하는 부담은 그대로 떠안게 됐다.

미국 재무부는 31일(현지시간) 그간 업계가 숨죽여 기다려온 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 규정안을 발표하고 이를 4월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리튬, 니켈, 망간, 흑연, 코발트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해도 한국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 정부가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에 넣어달라고 요청해온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는 당장은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미국 정부와 협상에 따라 추가될 여지가 있다.

미국은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을 핵심광물 원산지 인정 국가에 포함했으며 유럽연합(EU)과도 유사한 협상을 타결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한국으로선 마냥 반갑지는 않은 결과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의 배터리업계는 미국 시장에서 FTA 수혜 없이 일본과 EU의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배터리의 핵심인 음극재와 양극재를 만들 때 필요한 물질인 '구성 재료'(Constituent materials)는 배터리 부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한국 업체들은 이들 물질을 북미에서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한국 기업들이 현재 공정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당초 IRA가 작년 8월 제정됐을 때만 해도 한국 배터리 업계가 세액공제 혜택을 보려면 대대적인 공급망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세부 규정이 대체로 한국 업계의 바람대로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많이 줄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가 IRA 법에서 위임한 범위 내에서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세부 규정을 잘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업계가 앞으로 대응해야 할 부분도 있다.

IRA는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외국 우려 단체'(foreign entity of concern)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당장은 중국산 핵심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쓸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이조차 아예 막히는 것이다.

재무부는 이날 규정안에서는 외국 우려 단체를 정의하지 않았으며 향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IRA 취지상 중국 기업 다수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재무부는 지난 21일 상무부와 함께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안에서는 외국 우려 단체를 사실상 중국 기업 전체로 규정했다.

재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도 "유사 입장국과 함께 에너지 안보에 필수적인 공급망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이 핵심광물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이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한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 배터리 업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문제로 재무부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차를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요건은 한국 정부의 완화 요청에도 결국 그대로 유지됐다.

다만 재무부는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하는 전기차는 이런 요건과 상관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했고, 이에 현대차그룹은 상업용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미국 전기차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차는 현재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연간 최대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건립하고 있으며, 당초엔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삼았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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