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떠나는 30년 야마하맨 “불매 운동 거치며 브랜드 중요성 절감”
2019년 이후 야마하의 한국 지사를 이끌어온 ‘사이토 요이치로’ 야마하뮤직코리아 대표가 자리를 내려놓는다. 퇴임 일자는 4월 20일로 결정됐다. 30년 동안 야마하에서 근무한 사이토 요이치로 대표는 한국 지사에서 대표로 있는 동안 코로나19, 일본 불매 운동 등을 겪으며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사이토 요이치로 대표는 이 과정에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재차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야마하의 전자 피아노는 일본 불매 운동에도 매출 타격이 적었던 대표 품목 중 하나다. 야마하뮤직코리아는 일본 불매 운동이 한창이던 2019년과 2020년에도 각각 910억원, 845억원의 매출을 냈다.
사이토 요이치로 야마하뮤직코리아 대표를 만나 지난 5년간의 소회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A. 벌써 그렇게 됐는지 몰랐다. 1990년 야마하에 입사해 건반 영업 같은 경력을 쌓고 2000년부터는 해외 지사 위주로 근무했다. 2000년 스웨덴 지사, 2009년 유럽 지사에서 근무했다. 한국에는 2019년에 들어왔다. 여러 지사를 다니다 보니, 한 회사에서 일할 때 느껴질 수 있는 ‘지루함’ 같은 감정은 받아보지 못했다.
Q. 야마하뮤직코리아를 떠나게 됐다. 2019년 부임했으니 5년 만이다. 코로나19, 일본 불매 운동 등 어려운 시기였다.
A. 오히려 이 시기에 한국에서 근무해 다행이라고 느낀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은 없지 않는가. 특히 코로나19와 불매 운동 등을 거치면서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게 됐다. 어떤 책을 봐도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다는 말은 많은데, 직접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사례는 많지 않다.
야마하가 코로나19와 불매 운동 기간에도 견뎌낼 수 있었던 건 지금까지 쌓아온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가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다른 지사가 아닌 한국에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지사 직원들도 부럽다는 말을 많이 했다.
Q. 코로나19 기간 반도체 수급 문제로 전자 피아노 공급이 지연됐는데.
A. 해외 공장이 셧다운되면서 반도체 부품 부족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우리가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민폐를 끼쳤다. 그래도 올해 들어 반도체 부품 수급 이슈는 대체로 해결되는 추세다. 전자 피아노 등 디지털 악기 부문은 작년 연말부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생산량이 회복됐다. 또 디지털 믹서 등은 올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Q. 다양한 지사들을 거쳤는데, 한국 시장만의 특징이 있다면.
A.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어느 지역보다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기간 동안 전자 피아노 등 실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악기 판매가 크게 늘었는데, 여기에도 소셜미디어(SNS)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도 아티스트 등을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또 하나는 브랜드 가치를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일본과 닮은 부분이 있는데, 한국 소비자들은 1인당 구매 단가가 높은 편이다. 브랜드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비용이 다소 비싸더라도 가격을 지불한다. 이것이 야마하의 그랜드 모델 중에서도 ‘플래그십 모델’ 판매가 높은 이유다.
Q.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악기는.
A. 두 제품의 매출 비중이 높다. 하나는 디지털 피아노다. 한국 시장은 전통적으로 어린이 피아노 교육 수요가 많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SNS를 중심으로 ‘취미 피아노’가 하나의 트렌드가 됐는데, 이 과정에서 피아노를 찾는 성인들도 늘었다.
또 하나는 신시사이저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불리는 미국, 유럽과 비슷한 편이다. 한국은 교회, 학교 등 단체 수요가 상당하다. 이를 겨냥해 CCM 아티스트와 협업하거나 교회 음악에 최적화된 신시사이저 활용법을 교육하는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있다.
Q. 최근 헤드폰, 사운드바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야마하뮤직의 새로운 방향성이라고 보면 될지.
A. 사실 ‘피아노’ 때문에 생긴 야마하에 대한 오해라고 본다. 야마하는 음향 기기 제조도 상당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1954년에 세계 최초 하이파이 오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만, TV 사운드바를 최초 개발한 것도 야마하뮤직이다.
최근 헤드폰과 사운드바 신제품을 출시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건 새로운 방향성보다는 기존 방향성의 확대라고 봐야할 것 같다. 관련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만큼, 해당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으로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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