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일타 배우' 정경호가 주는 믿음

류지윤 2023. 4. 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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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부터 쉬는 시간 가져보려"

배우 정경호가 또 한 번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예민하고 까칠해 사랑에 서툴지만 진심을 향해 직진하는 tvN '일타 스캔들' 속 최치열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이 설렘을 느끼고 열광했다.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로, 정경호는 극중 잘나가는 수학 강사 최치열을 연기했다. 이 작품은 첫 방송 4.0%(닐슨, 전국 기준)으로 시작해 자체최고시청률 17%까지 치솟으며 웃음과 감동을 선물했다.


따뜻한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스태프들에게 다짐하며 찍은 '일타 스캔들'이 많은 사랑과 관심의 중심이 돼 기쁘고 감사한 순간들이 많았다는 정경호는 향후에도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쉬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본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는 최치열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수학 일타 강사라는 직업은, 그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일타라는 말도 잘 몰랐고 수학은 정말 하나도 몰라요. 그런데 일타 수학 강사를 해야 한다니 걱정이 됐죠. 그래서 가장 중점적으로 공부했던 건 수학 강사들이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영상을 찾아보고 안가람 선생님에게 자문도 구했어요. 수업 참관도 하고요. 새로운 세계라 두 달 정도 칠판 사놓고 연습하는 수 밖에 없었어요."


그는 최치열의 시그니처 발차기는 물론 글씨체까지 연습했다. 무엇보다 최치열로서 가장 긴장됐던 순간은 학생들 앞에서 거침없이 수학 문제를 풀어나가는 시간이었다.


"알고 쓸 수 없었어요. 모두 외워서 썼어요. 실제 학생들 100명 앞에서 찍는 거라 틀릴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제가 틀리면 학생들이 알거든요. 긴장 바로바로 하고 쉽게쉽게 푸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그리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일타 강사를 연기하기 위해 현재의 교육 제도와 환경도 어느 때보다 밀접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느끼는 바도 적지 않았다고.


"최치열로 살아보면서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공부할 수 있는 시기는 딱 그때 뿐이란 생각이었어요. 학생들이 너무 고되고 힘들겠단 생각에 마음도 아팠고요. 대사에서도 있듯이 학생들이 현재의 순간을 조금은 즐겼으면 해요."


이 작품을 통해 가장 값지게 얻은 건 평소 존경해왔던 전도연과의 호흡이다. 오랜 시간 연기하며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장르도 빠르게 변화했다. 정경호는 이처럼 배우가 살아남기 힘든 환경 속에 매번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는 전도연이 감탄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전도연 선배님과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게 너무나 큰 기회였어요. 전도연이라는 배우를 존경해왔어요. OTT라는게 생기면서 쉽게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게 환경에서 어떻게 연기해야지 나름 고민을 해봤어요. 그런데 전도연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왜 선배님 영화를 보고 울고 행복해는지 조금 알게 됐어요. 선배님은 카메라 앞에서 늘 설레하고 긴장하시더라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행선으로 바라보고 말을 하려고 하더라고요. 연기로 거짓말을 안하시는 그 부분이 너무 좋았고 인상 깊었어요."


'일타 스캔들' 속 최치열은 바짝 마른 몸과 예민한 성격으로 인해 섭식장애를 앓는 인물이었다. 외형적인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그에게 까칠하고 예민한 역이 자주 들어오고는 한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김준완과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프라이어 역시 같은 결의 인물이었다.


"틀을 벗어나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치열이 연기한걸 모니터하다보니 비슷한 캐릭터여도 다른 식으로 연기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제 눈에 아픔의 농도, 서사들을 이전보다 자연스럽고 유연해지게 표현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2004년 데뷔해 좋은 기회가 있으면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잠시 쉬는 시간을 통해 변화에 대한 생각을 해볼 참이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이제는 편해졌지만 안주할 수는 없기에 내린 결정이다.


"'일타 스캔들' 끝나고 쉼표를 가지려고 해요. 어떤 작품이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살도 찌우고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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