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다섯 형제섬' 중 월도…15가구 이상 살면 안 되는 까닭

신진호 2023. 4.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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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오천면 효자2리 소도 전경. 소도는 태안군 안면도 영목항과 지척이다. [사진 보령시]

충남 태안군과 보령시를 사이에 둔 천수만 입구에는 다섯 개의 섬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보령시 오천면에 속한 섬들은 인근 원산도·효자도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조용한 휴가를 보내거나 낚시를 하려는 관광객들에겐 이미 명소로 손꼽힌다. 섬을 오가는 여객선이 유일한 대중교통이지만 섬마다 숨겨진 전설을 찾아보면서 여유를 즐기는데 이만한 곳이 없다는 게 섬 주민들의 얘기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도, 해식애에 깨끗한 백사장


보령시 오천면 효자2리는 소도를 비롯해 추도와 육도·허육도·월도 등 5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소도(현지 지명 추섬)는 태안군 영목항과는 지척이다. 같은 행정구역(오천면)에 속한 원산도와는 2㎞나 떨어졌다. 이런 이유로 50~60년 전 소도에 살던 학생들은 안면도의 중학교로 진학했다.

소도는 섬 주변에 암초와 해식애(파도의 침식과 풍화 작용으로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가 발달해 갯바위 낚시객들에게 인기다. 소도에는 작지만 비교적 깨끗한 백사장도 있어 여름철 가족 단위 피서객이 자주 찾기도 한다.


'빼섬'으로 불리는 추도


소도 뒤편의 추도는 효자2리 다섯 개 섬 가운데 안면도 쪽으로 빠져 있다고 해서 ‘빼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섬 북쪽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설치돼 있고 봄과 가을에는 주꾸미나 갑오징어잡이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효자2리 허육도 동쪽에 있는 삼형제 바위. 조업을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던 삼형제가 돌이 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사진 보령시]

허육도의 삼형제 바위


육도는 오형제 섬 중 지대가 가장 높고 민가가 많다. 섬 주변은 조류가 빨라 어구인 낭장망과 주목망이 형성돼 있다. 섬 서쪽에 조성된 조랭이 샘물 산책로에서는 가벼운 걷기운동도 가능하다. 육도 남쪽에 위치한 허육도는 멸치잡이로 유명한 섬이다. 덕분에 낚시객들에게도 단연 인기다. 허육도 동쪽의 삼형제 바위는 조업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던 삼형제가 돌이 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효자2리 월도 전경. 월도에는 15가구 이상이 살면 불운이 온다는 설화가 전해져 온다. [사진 보령시]

월도에 15가구 이상 살지 않는 이유


오천항과 가장 가까운 월도에는 신기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월도엔 15가구 이상이 살지 않는다. ‘15가구 이상이 살면, 불운이 온다’는 오랜 믿음 때문이다. 월도 북서쪽에 아랫남섬은 백로와 가마우지 서식지다. 갱구할매가 잠시 쉬면서 앉았던 ‘갱구할매 엉덩이 자리’가 남아 있다. 갱구할매는 섬과 주민을 수호해준다는 할머니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설화 속 인물이다.

효자2리 이장이면서 월도 주민인 최영준(57) 이장은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설화이니 100년은 훌쩍 넘었을 것”이라며 “지금도 15가구 이상이 살지 않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효자2리 다섯개 섬에는 89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산다. 육도가 19가구로 가장 많고 월도와 다른 섬들은 비슷한 규모다. 오천항에서 하루 두 차례 운항하는 여객선을 타고 섬에 들어갈 수 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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