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기후위기 시대,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

김재중 2023. 4. 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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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숲속이나 험한 산골짝에서/ 지저귀는 저 새소리들과/ 고요하게 흐르는 시냇물은/ 주님의 솜씨 노래하도다.”

지난 24일 저녁 부산을 뜨겁게 달군 ‘2023 갓플렉스 부산’ 집회는 감동과 은혜의 도가니였다. 아이자야씩스티원이 첫 곡으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부르자 포도원교회 본당을 가득 메운 청년들은 두 팔을 들어 하나님을 찬양했다. ‘N포세대’로 불리는 이 시대 청년들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오직 하나님께 희망을 두고 은혜를 구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다음세대인 저들에게 물려줄 이 세상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대로 아름다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세계 곳곳이 혹한과 폭염, 홍수와 가뭄, 산불, 질병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해 여름 홍수로 큰 물난리를 겪었고 올해는 남부지방이 역대급 가뭄으로 식수 공급 제한을 검토해야 할 지경이다.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음세대다. ‘기후위기의 전사’ 그레타 툰베리는 2018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세계 정상들에게 “당신들은 아이들을 그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아이들의 눈앞에 있는 미래를 훔쳐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최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58차 총회에서 6차 평가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핵심 내용은 ‘향후 10년 동안 시행될 선택과 행동이 수천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며,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로 요약된다.

교회와 크리스천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할까. 지난해 6월 20일 기후환경에 대한 개신교인과 일반 국민, 목회자의 의식을 보여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우선 기후환경에 대한 목회자(92.3%)와 개신교인(89.3%)의 관심이 일반 국민(81.1%)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위기 상황’이라고 답한 목회자는 19%, 개신교인은 9%에 그쳤다. 기후위기는 문제가 있지만 시급하게 대처해야 할 이슈는 아니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는 방증이다. 기후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개신교인 10명 중 7명(71.6%)은 생활 실천 캠페인을 꼽았다. 주목되는 건 일반 국민 응답자 10명 중 6명(63.4%)은 ‘교회가 기후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 개입하고 활동한다면 한국교회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답한 대목이다.

성경이나 교회 역사를 보면 그리스도인은 항상 위기의 시대에 하나님의 메신저로서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 왔다. 노아의 방주는 노아 가족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동물을 위해 설계됐다. 하나님은 노아의 희생으로 만든 방주를 이용해 모든 생명을 구원하시고 이 땅을 새롭게 하셨다. 이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노아와 같이 녹색 십자가를 지고 생명의 길을 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신학적으로는 생태학적 창조론과 통전적 생명선교론을 회복하고 목회적으로는 녹색교회, 생명목회, 생태영성 훈련, 기독교 생태 환경교육 등을 실천해야 한다.

생태적 삶의 실천은 거창한 게 아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레이스벨은 100% 생분해성 수지 원료로 만든 달걀 포장지를 사용하는 ‘부활절 그린 캠페인’을 펼친다. 일반 비닐 포장지는 분해되는 데 100년 이상 걸리지만 생분해 비닐봉지는 180일이면 된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건강한 자연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다. 이처럼 전국 교회가 일회용품 및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건물이 뿜어내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자동차보다 많다.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교회가 에너지 수요 조절, 재생에너지 전환, 제로에너지 등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이제 사순절 막바지로 고난주간을 앞두고 있다. 남은 사순절 기간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며 ‘탄소금식’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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