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소재 활용, 화학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싶었죠”

우성규 2023. 4. 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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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쎄오 열전] <10> 그래핀스퀘어 대표 홍병희 서울대 화학부 교수
그래핀스퀘어 대표인 홍병희 서울대 화학부 교수가 회사 로고 옆에서 탄소 원자층을 표현한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핀스퀘어 제공


“화학을 전공한 과학자로서 진화론이나 무신론을 초월한 창조주의 원리를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화학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어요’가 기도 제목이었습니다. 과학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은 초월적 원리, 하나님이 창조 뒤에 숨겨놓은 원리를 더 깊숙하게 들여다보게 된 거죠.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상용화하는 기업을 세우게 된 원동력입니다.”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 광교테크노밸리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입주한 ‘그래핀스퀘어’를 찾았다. 그래핀스퀘어는 2012년 홍병희(52) 서울대 화학부 교수가 창업한 서울대 산학협력 벤처기업이다. 홍 교수는 포항공대에서 화학을 전공해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후과정으로 그래핀을 연구한 뒤 귀국해 성균관대를 거쳐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계 최초 산업용 그래핀 합성법을 다룬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됐고 화학 분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인용지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뤄졌는데 구리나 은보다 열과 전기는 잘 통과시키면서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높은 얇은 막 형태의 물질이다. 전기를 흘려보내면 순식간에 400도 이상 열을 낸다.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전열 난방 주방 기구로의 응용은 물론 반도체 공정에도 활용된다. 이 때문에 실리콘을 넘어서는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그래핀스퀘어는 관련 특허를 89개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경북 포항에 세계 최초로 그래핀 상용화를 위한 공장을 준공해 대규모 양산 체제를 갖췄다. 이젠 교수보다 대표로 불리길 원하는 홍 대표는 그래핀에 대한 설명보다 창조주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화학자로서 복음을 접하고 주님을 찬양하는 자리에 들어섰을 때, 정말 창의력이라는 창조적 하나님의 능력이 함께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말씀 안에서 기도하고 찬양하는 삶을 살면서 그래핀이란 신소재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사는 것, 그게 더 중요했습니다. 기업도 수익을 넘어서 예수님의 정신이 녹아있는 회사의 문화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복음이 전해져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 선보여 최고혁신상을 받은 ‘Z’ 모양의 접이식 라디에이터. 그래핀스퀘어 제공


그래핀스퀘어는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그래핀을 활용한 접이식 라디에이터를 선보여 가전 분야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Z’ 모양에 전원을 연결하면 벽난로만큼 열을 내는 기구다. 전기를 통하면 순식간에 열을 내는 얇은 막을 응용한 가전제품으로 접이식 라디에이터 이외에 ‘키친 스타일러’도 있다. 지난해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발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얇은 막 사이의 공간에 식빵을 넣고 토스트를 만드는 형태다.

1910년대 토머스 에디슨이 만든 전기 토스터 기기 이후 새로운 소재로 빵을 굽는 기구는 발명되지 못했다. 그래핀이 110년 만에 처음 응용된 소재다. 홍 대표는 “그래핀이 가진 수많은 능력 가운데 일부를 쉽게 눈으로 보여주기 위해 가전제품을 선보인 것”이라며 “그래핀을 활용한 회사를 20개도 더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은 기술력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홍 대표 역시 이를 잘 안다. 그는 “기술이 좋아도 망하는 회사들이 많다”면서 “저도 돌아보면 준비되지 않은 CEO였고, 재무 회계 인사 노무 법무 등 지식이 부족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기업의 재무담당 최고책임자를 별도로 세우고 홍 대표는 기술담당 최고책임자와 CEO를 겸하고 있다.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 금식 후 당하신 시험, 이런 어려움이 기업 CEO들에게도 계속 일어난다고 한 투자자께서 조언해 주셨습니다. 돌을 떡으로 만들라는 조급함, 교만과 불안으로 하나님을 시험하려는 욕구, 높은 산에서 천하를 바라보며 갖게 되는 명예욕 등. 이런 시험 속에서 매일 말씀에 의지해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힘든 가운데 깨닫는 축복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홍 대표는 회사의 문을 닫을 뻔한 몇 차례 위기 속에서도 주님의 인도하심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2017년에는 ‘바이오그래핀’을 별도로 세워 치매나 파킨슨 등 난치병 불치병 등을 치료하는 신약을 그래핀 기반으로 개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요즘은 목적 투자 형태를 많이 생각합니다. 크리스천 기업이나 크리스천 CEO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선하고 거룩한 목적을 위해 투자하고 그 기업과 그 CEO가 성과를 내면 그 수익으로 교회를 돕고 선교사를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거룩함으로 구별되는 젊은 크리스천 CEO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들과 함께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이야기하면서 같이 기도하고 응답받는 공동체를 이뤄갔으면 좋겠습니다.”

수원=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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