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외 5권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복잡한 경제 수식을 배제한 설명으로 경제를 쉽게 풀어내는 장하준 교수가 전하는 경제활용서다.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음식과 경제 이야기를 엮어냈다.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18가지 재료와 음식으로 가난과 부, 성장과 몰락, 자유와 보호, 공정과 불평등, 제조업과 서비스업, 민영화와 국영화, 규제 철폐와 제한, 금융 자유화와 금융 감독, 복지 확대와 복지 축소 등 우리에게 밀접한 경제 현안을 풀어낸다. 예를 들면 천혜의 풍부한 자원과 게으름을 동시에 상징하는 코코넛 이야기로 빈국의 가난한 원인을 짚어내는 식이다. 아울러 당근은 원래 주황색이 아니라 하얀색이었으며, 바나나는 원래 노예선과 노예 플랜테이션의 주식이었다는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한다. (장하준 지음·부키)
◆표류하는 세계=경영사상가인 저자는 ‘미국의 세계’가 표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표류하면서 세계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저자는 지난 100년간 역사의 변곡점마다 미국은 분명한 선택을 해왔으며, 앞으로의 선택에 향후 30년 모든 판도가 갈릴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갈등과 패권의 위기, 양극화와 내부 분열이 가속하는 가운데 미국이 내릴 선택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1980년대 레이거노믹스, 2008년 금융위기 등 오늘날 미국을 만든 정치경제의 주요 사건들을 점검하고, 중산층과 사회 안전망 붕괴, 경제 양극화와 빅테크의 지배력 강화, 양극화와 소셜미디어가 심화시킨 사회 분열, 정부와 저널리즘에 대한 저신뢰 등 오늘날 미국을 디스토피아로 전락시킨 원인을 자세히 파고든다. (스콧 갤러웨이 지음·리더스북)
◆차이에서 배워라=에미상과 피바디상 수상 기록을 지닌 스탠드업 코미디언 스타인 해나 개즈비의 에세이다. 10년 넘게 오스트레일리아와 영국 코미디 페스티벌의 대세로 활약하며 배우, 시나리오 작가, 방송인으로 활약하다 돌연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그. 이후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희생양 삼아 대중을 웃기는 기존의 코미디 문법을 답습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코미디를 선보이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책은 그런 여정을 담고 있다. 자폐, ADHD 진단을 받은 신경다양인이자 젠더퀴어로서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와 수치심을 강렬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면서 다양성을 억압하는 세상에 일침을 가하는 신랄한 코미디의 탄생 배경을 자세히 소개한다. (해나 개즈비 지음·창비)
◆콜드 스타트=신상품을 팔기 위해 ‘네트워크의 힘’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한 책이다. 우버를 비롯해 여러 스타트업에 몸담았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효과’에 집중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연결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용자가 몰리고, 그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 가치가 증가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슬랙, 트위치, 줌, 드롭박스, 우버, 틴더, 에어비앤비,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마이크로소프트 등 성공한 기업 CEO 및 직원들과 100회 이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네트워크 효과를 분석했다. 신상품이 0에서 시작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길을 ‘네트워크 효과 5단계’로 정리해 제시하고, 구체적인 기업 성공 사례를 단계마다 소개한다. (앤드루 첸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물질의 재발견=금속, 자석, 유리처럼 너무나 흔하고 평범한 물질에서부터 많이 들어봤지만 설명하기는 어려운 반도체와 부도체까지 11가지 물질을 물리학 개념으로 해부한다. 물리학자 11명이 뜻을 모아 물질 발견과 발명의 역사, 그리고 최첨단 물질물리학과 산업의 이모저모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각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들은 자신들의 연구 이야기를 소개하며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물질’의 새로운 면을 들춰낸다. 동시에 과학적 통찰을 자아내는 좋은 질문은 무엇인지, 해결이 필요한 질문들은 어떤 것들이 남았는지 등을 소개한다. 양자역학의 발견으로부터 비롯된 물질 본성에 관한 이해, 그리고 그런 이해를 산업화와 결부시켜 만들어낸 무수한 신물질과 신소재, 소자에 관한 ‘교양지식’을 선사한다. (정세영 외 10명·김영사)
◆감정의 역사=서양에서조차 2000년대 들어서야 본격 연구되기 시작한 감정사에 관한 책이다, 시대별 감정의 작용을 상세히 분석했는데, 저자에 따르면 감정은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 종교와 밀접하게 결합돼 도덕공동체 수립의 핵심기제로 작동했으며, 19세기 들어서는 경제의 영역으로 이동했으나 도덕성은 여전히 존재해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사용됐다. 1970년 이후 상황에 관해서는 심리치료가 의료보험에 포함돼 범주가 넓어지면서 감정이 제약회사의 화학실험실과 대학의 화학공학에 의해 조절되기에 이르렀다는 다소 도발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지은이는 감정이 덮어놓고 긍정하거나 부정할 것이 아니라 지배와 저항의 차원에서 성찰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김학이 지음·푸른역사)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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