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걸 못 먹는 아이, 엄마만의 아침 비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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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원 기자]
아침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언제라고 이러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큰 아이가 1학년이 된 후로는 더 그렇다. 바로 아침 먹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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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급식 아이는 먹을 것이 없어서 맨밥에 꿀떡만 먹었다 한다. 내가 대신 가서 먹고 싶다. |
ⓒ 한제원 |
일단 빨간색이라 매워 보이면 손도 대지 않는 모양이고, 돈가스나 육전 같은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유치원이나 집에서처럼 가위로 작게 잘라 주지 않으니 이빨로 어떻게 물어 뜯어보려다가 흘리거나 그냥 안 먹기 일쑤인 듯했다. 우리 아이는 젓가락질도 아직 서툴고, 고기를 물어뜯을 만큼 치악력도 좋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식탐이 별로 없다.
허기만 때우면 그뿐, 언제나 애가 타는 건 엄마인 나다. 그렇게 급식을 먹고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음악 줄넘기와 키성장 운동을 한다. 온몸이 땀 범벅이 돼 교문을 신나게 나오는 아이. 점심 뭐 먹었어? 밥! 반찬은? 음, 매워 보여서 못 먹었어.
다 안 먹어도 좋으니 하나만이라도 먹어보라고 이야기한다. 매운맛은 통각이라더니 정말로 매우면 고통스럽게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엉엉 울어버린다. 그러니 매운 음식도 먹어보라고 권하기는 조금 미안하다. 작은 상처에 소금 한 개만 뿌려봐, 금방 괜찮아지잖아? 하는 거랑 같다. 그저 친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도 언젠간 먹겠거니, 하며 기다리는 중이다. 언젠간 먹겠지.
그러다 보니 아침식사가 더 신경 쓰인다. 아침을 제대로 먹여야 점심에 맨밥만 먹어도 뜀박질 할 수 있고 방과후 수업까지 마음이 놓이는 게 엄마다. 유치원에서 주던 오전 간식이 이렇게 소중한 거였는지, 아이가 졸업해 보니 알겠다. 아침으로 보통 과일, 시리얼, 빵을 간단히 먹고 갔는데 요즘엔 미역국에 밥이라도 말아 먹이고, 계란밥도 해주고, 떡을 구워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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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토 달걀탕 토마토의 비율에 따라, 색과 맛이 달라지는데 매번 다른 맛으로 먹는 재미도 있다. |
ⓒ 한제원 |
토마토 달걀로 탕이든 볶음이든 시키고, 고수를 빼달라고 하라는 것. 그렇게 도착 이틀 만에 혼자 식당에 가서 시켜 먹었던 토마토 계란면이 생각난다. 중국어로는 시홍스지단미엔. 생전 처음 만난 비주얼과 맛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가격도 당시 환율로 한국 돈 1500원도 안 했다. 양도 얼마나 푸짐한지, 이게 일 인분이라고? 하며 결국엔 다 못 먹고 남겼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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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토 달걀 만두국 유레카! 만들기도 쉽고 아이들도 잘 먹는 완전식품 탄생. |
ⓒ 한제원 |
뚝딱 만들어 낸 토마토 달걀 만둣국으로 아침을 차렸다. 참기름 한 바퀴 둘러서 주니 아침에 입맛 없어 하는 녀석들도 잘 먹는다. 그래, 이 정도 먹어주면 점심에 맨밥만 먹고 뜀박질하고 와도 엄마 마음이 조금 낫다. 내가 너무 유난인가 싶기도 한데 맨밥 먹고 뜀박질하느라 저체중 아이의 소중한 몸무게 몇 백 그램이 빠진 것을 눈으로 보니 유난이 아니라 유난 할머니라도 떨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라고 다들 말한다. 나도 안다. 몇 년 안에 라면에 김치를, 편의점에서 불닭볶음면에 삼각김밥을 먹고 다닐 아이로 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걸. 나는 밥 대신에 돈을 주면 되고, 아이는 엄마보다 친구가 필요해질 거라는 걸. 그래서 지금이 더 소중하다. 내가 해 주는 거 먹는 아이, 아직 내 손 잡고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인 지금 이 시간들.
결론은 이렇게 내기로 했다.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고, 소리 지른 걸 반성하고, 대충 먹여 보내고 안 싸운 것이 나은가, 하나라도 입에 더 넣어주는 것이 나은가 하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에 버금가는 고민을 하는 이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두 팔 벌려 안고 가자는 것. 간단히 이용가능한 아침 메뉴 하나 늘어난 것이 이렇게 주야장천 글을 써낼 만큼 기쁜 걸 예쁘게 포장하여 두고두고 추억하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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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토마토달걀요리는 토마토 달걀 볶음도 되고 토마토 달걀국도 되고, 면을 넣으면 토마토 달걀면, 그리고 전분가루를 살짝 풀어 농도와 점성이 있는 스프로도 즐기실 수 있습니다. - 브런치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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