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트럼프, 정치박해 프레임 강화… “호재일 수도”

송태화 2023. 3. 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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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형사 기소돼
美 정치매체 “절묘한 시점에 유리한 설정 생겨”
공화당 안팎에선 “장기적으로 악재” 우려 커져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전직 포르노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의 모습.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형사재판 기소가 전화위복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상 첫 전·현직 대통령 기소라는 ‘꼬리표’가 대선 재도전을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권 가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오히려 핵심 지지층 결집을 불러오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2024년 대선 국면에서 계속 소환될 가능성이 큰 만큼 공화당에는 장기적으로 대형악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화당 경선 앞둔 트럼프, 상황 유리하게 이끌 수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0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바라보는 공화당 안팎의 시선을 소개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성인 배우에게 성추문 입막음을 위한 돈을 지급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야당인 공화당에서는 민주당 소속인 맨해튼 지검장이 주도한 이번 기소를 순전한 정치 공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브래그 검사장의 “전례 없는 권력남용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이를 ‘정치적 박해’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 크리스 키세는 검찰의 기소에 “형사사법시스템 역사상 최악의 시기다. 법적 근거가 완전히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는 이번 기소를 지지층 결집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캠프가 이번 기소 사태를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한 리트머스 시험지로 바꾸기 시작했다”며 “트럼프의 수호자가 되지 않으면 좌파 동조자로 낙인이 찍히는 시험대”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던 공화당 인사들 역시 프레임에 갇히게 된 사실을 마지 못해 인정하는 분위기다. 반(反)트럼프 인사로 대표되는 마이클 브로드코브 전 공화당 미네소타 지부 부위원장은 “트럼프가 새로운 ‘테플론 대통령’이 됐다”고 표현했다. 테플론은 먼지 같은 이물질이 붙지 않는 특수소재를 뜻한다.

브로드코브는 “이번 건도 같은 사례다. 트럼프는 항상 피해자, 순교자가 되는 상황 위에 자신의 전체 정치제국을 건설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비판에 타격을 거의 받지 않는 ‘불사조 정치인’이 됐다는 의미로 해석딘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공화당 내 대선주자 경선에 곧바로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펜스 전 부통령 등 유력 경쟁자들이 줄줄이 출마 선언을 하려는 절묘한 시점에서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 수 있는 설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전략가는 “그간 주춤하던 소액 정치자금 기부자들이 늘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특수를 누릴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 시각)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열린 2024년 대통령선거 첫 유세 행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공화당 내에서는 비관론 팽배

하지만 공화당은 상황이 다르다. 대선후보 경선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반트럼프 진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서 이겨도 본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했다가 역풍을 맞아 낙선한 피터 마이어(공화·미시간) 전 하원의원은 “공화당의 공세로 트럼프가 경선에서 힘을 받을 것”이라며 “그가 경선에서 이긴다면 본선에서 최약체 후보와 대결하는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거전략가인 딕 와덤스 전 공화당 콜로라도 지부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한 범법 논란이 이번 사태뿐만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줄을 잇는 송사로 인해 선거운동 내내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의회폭동 선동, 백악관 기밀 유출, 조지아주 대선결과 번복 시도 등으로도 조사를 받고 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 두 번째 기소, 연방 검찰로부터 세 번째 기소, 심지어 네 번째 기소도 당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더 장기적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세 때문에 공화당의 기반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들린다. 공화당은 2020년 대선에서 이탈한 것으로 확인된 무소속 유권자, 온건 보수당원을 되찾아오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세가 공화당의 지지기반 확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공화당 선거전략가인 마이크 매드리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 강화가 ‘공화당의 지지기반 축소’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왜성(수명을 다한 항성이 소멸에 임박해 쪼그라든 상태)이 내부적으로 결딴나는 징조”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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