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야당에 휘말렸다" 한숨…여당 지지율 추락시킨 악재 셋
한ㆍ일 정상회담 후 더불어민주당의 친일 프레임 공세에 국민의힘이 2주째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닥치고 반일(反日) 팔이가 민주당 지지 화수분이냐”(김기현 대표)고 반발하지만 31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28~30일)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33%로 같아졌다. 3월 1주차 조사(2월 28일~3월 2일)에선 국민의힘(39%)이 민주당(29%)을 크게 앞섰는데, 한 달 만에 10%포인트 격차를 따라 잡힌 것이다. 당내에선 “여러 잡음과 우리의 미숙한 대응이 겹치면서 민주당식 프레임에 또 휘말린 것 같다”는 한숨이 나온다.
①일본 언론에 휘청=회담이 성과보단 논란으로 얼룩진 건 회담 당일(16일) 보도된 일본 국영 NHK 보도가 시발점이었다. NHK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회담에서 위안부와 다케시마(竹島ㆍ독도의 일본 이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기정사실화에 돌입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일본 총리로선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던질 수 있다”고 운을 띄었고 임오경 대변인은 “선물을 한 보따리 내밀고 뺨을 얻어맞은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런 패턴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기시다 총리가 위안부 합의 이행과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20일, 산케이신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일ㆍ한의원연맹 회장이 일본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22일, 마이니치신문)는 보도가 나오면 민주당이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 식탁에 오르게 될 상황이 멀지 않았다”(23일, 박홍근 원내대표)고 받는 식이다.
최근엔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을 인용한 보도까지 나왔다. 지난 29일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를 접견하면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은 “교도통신의 가짜뉴스”(유상범 수석대변인)라는 논평을 내는 데 그쳤지만 민주당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규탄대회’를 열고 윤재갑 의원이 삭발식까지 하는 등 더 강한 화력을 내뿜고 있다.
②일본 교과서=이런 가운데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 28일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표기하고 징병ㆍ강제동원 사실을 축소하는 등 역사 왜곡을 강화한 초등학교 교과서에 대한 검정 심사를 통과시키면서 여권은 더욱 고립됐다. 윤 대통령이 방일 전부터 제3자변제안을 골자로 한 강제 징용 해법을 내놓는 등 관계 회복에 심혈을 쏟았지만, 일본은 한국인 정서에 예민한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즉각 “이와 같은 행태가 정상회담 후 나왔다는 것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마저 느낀다”(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 “이것이 손을 내민 대한민국에 대한 응답이냐”(박성준 대변인)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윤 대통령님, 일본에 뒤통수 세게 맞고 나니 정신 번쩍 드십니까”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선 “한국 정부와 일본 언론 중 일본 언론을 믿는 것이냐”고 반박하던 국민의힘도 교과서 문제엔 당혹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상회담의 결과라고 생각 안 한다”라고 말했다. 친윤 주류도 “일본 교과서 문제는 여러모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③안보라인 교체=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뚜렷한 설명 없이 대통령실 안보라인이 전면 교체된 점도 민주당엔 좋은 공격 소재가 됐다. 윤 대통령의 방일 전후로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ㆍ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그리고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모두 사퇴했는데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자기 경질된 게 이상하다”(박홍근 원내대표) “한ㆍ일 정상회담의 후폭풍으로 보인다”(우상호 의원)는 주장을 폈다.
여러 악재와 미숙한 대응이 겹쳐 국민의힘 입장에선 당장 뾰족한 타개책이 보이질 않는다. 정상회담 후폭풍 속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비난해야 할 상대방은 정부가 아니라 북한”(김기현 대표), “민주당도 북한처럼 괴담 유포 지령을 내리는 것이냐”(유상범 수석대변인) 등 종북(從北) 프레임으로 화제 전환을 시도했지만 아직 큰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여당과 대통령실이 장기적 안목을 갖고 이슈 대응 시스템을 정비하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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