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른 송창식의 노래가 시였다니?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73년 대학에 들어가 공부는 뒷전이었다.
덕분에 학교 축제 때 노래하거나 대학가요제 출전 기회를 얻었다.
아마추어 가수가 선곡한 노래를 섭렵하려면 가사에 대한 해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남조 시인은 내가 대학시절 노래할 때 다가왔고 '그대 있음에'는 내가 알고 있는 시의 전부인 양 기억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혁진 기자]
1973년 대학에 들어가 공부는 뒷전이었다. 동아리 활동에 푹 빠졌다. 매일 선후배와 도원결의하듯 어울려 다녔다. 중학교 때 독학으로 배운 기타를 맘껏 쳤다. 덕분에 학교 축제 때 노래하거나 대학가요제 출전 기회를 얻었다.
또 다른 행운은 노래하다 시를 처음 접한 것이다. 당시 입학하거나 졸업하면 책과 시집을 선물하거나 받는 것이 유행이었다. 난 시집을 책장 어딘가에 처박아놓았다. 선물한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시에 관심이 없었다.
지금도 후회하는 것이 젊었을 때 시를 감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그 무렵 송창식 가수가 '그대 있음에'라는 곡을 발표했다. 김남조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송창식 팬으로 그 곡을 즐겨 불렀는데 가사가 유명한 시였다니 새삼 놀랐다.
아마추어 가수가 선곡한 노래를 섭렵하려면 가사에 대한 해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대 있음에'는 다른 유행가 가사와는 느낌이 달라 국문과 친구의 도움을 얻어 시가 담고 있는 뜻을 배우기도 했다.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 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그대 있음에
내 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 잡게 해"
김남조 시인은 내가 대학시절 노래할 때 다가왔고 '그대 있음에'는 내가 알고 있는 시의 전부인 양 기억한다. 시인은 지금까지 <목숨>, <겨울바다>, <사랑초서>, <시로 쓴 김대건 신부>, <충만한 사랑> 등 19권의 시집을 냈다.
▲ 김세중미술관 기획시화전 |
ⓒ 이혁진 |
<편지>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 김세중미술관 기획시화전 |
ⓒ 이혁진 |
▲ 김세중미술관 기획시화전 |
ⓒ 이혁진 |
김남조 시인은 새봄에 어울리는 시 하나를 특별히 소개하고 있다.
<다시 봄에게>
올해의 봄이여
너의 무대에서
배역이 없는 나는 내려간다
더하여 올해의 봄이여
내게 다른 연인이 생긴 일도
나는 알아 버렸어
(중략)
올해의 봄이여
너의 새순에 소금가루 뿌리러 오는
꽃샘눈 꽃샘추위를
중도에서 나는 만나
등에 업고 떠나고 지노니
▲ 김세중미술관 중심에 상수리나무가 있다. 나무 사이에 김세중 조각가 작품인 유엔자유수호상이 보인다. |
ⓒ 이혁진 |
▲ 김세중미술관 3층에는 김세중 조각가가 1968년에 만든 이순신 장군상이 있다. |
ⓒ 이혁진 |
▲ 김세중미술관 3층에는 김세중 조각상 수상작품들이 전시돼있다. |
ⓒ 이혁진 |
한편, 동네 곳곳에 '숨어있는' 미술관이 있다. 김세중미술관이 그런 곳이다. 3층 키보다 훨씬 큰 상수리나무가 미술관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나무를 중심에 두고 설계했다. 미술관 역시 이순신 장군상을 만든 김세중(1928~1986) 조각가 명성답게 깎고 다듬었다.
시화전을 보고 김세중 조각가 작품과 김세중 조각상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가옥은 2014년 서울시로부터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우리 곁에 화사한 봄꽃만 있지 않다. 시화전과 함께 조각 작품을 마실 가듯 구경하면 좋겠다. 관람료 무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릎 꿇은 전두환 손자 "할아버지는 광주학살 주범, 사죄드린다"
- 지금 윤 정권에서 무슨 일 일어나고 있나... 이상한 세미나
- 흉물인가 아닌가... '닭발 가로수', 어떻게 보시나요
- 진짜 우주의 기운을 품고 있는 맥주
- 소설가, 서점 주인, 내과의사... 1인 3역으로 사는 것
- "정준호 내리꽂지 않았다"...전주영화제 기자회견에 쏠린 시선
- 모세의 기적,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곳
-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에 경기 6746명... 급식노동자 참여율 높아
-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친일매국 정권 퇴진 시국기도회' 연다
- '김성한 사퇴' 논란 확산..."블랙핑크 공연, 방미 행사 일정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