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로 코딩하고 전자펜으로 채점…'빅테크'의 교육 해법
수천 년 전 고대를 배경으로 한 미지의 세계, 어두컴컴한 감옥 같은 이곳을 탈출하려면 바닥에 숨겨진 비밀의 문을 열어야 한다. 탈출에 필요한 건 명령어. 게임 이용자는 블록 모양의 명령어들을 마우스로 끌고 와 순서대로 쌓았다. ‘3번 움직인 후 비밀문을 연다’라는 지시문이 완성되자 캐릭터가 탈출에 성공했다는 화면이 나타났다. 게임에 ‘블록코딩’을 결합해 이용자에게 코딩을 익히게 한 게임이다.
30일(현지시각) 개막 2일 차를 맞은 ‘영국교육기술박람회(BETT UK) 2023’.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와 코딩 교육을 결합했다. 마인크래프트는 3D 블록으로 건물을 지으며 세계를 탐험하는 게임으로, 전 세계 MZ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국내에선 ‘초통령 게임’으로도 불린다. 지난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를 인수한 MS는 이 게임의 교육용 버전을 만들었다. MS 관계자는 “단순히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라는 설정과 스토리가 있어 더욱 몰입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코딩뿐만이 아니다. MS는 교육용 마인크래프트에 화학 원소를 배우는 게임 등 700개 이상을 탑재했다. 최근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해 실제 프로젝트의 이름을 딴 로켓 제작 게임 ‘아르테미스’를 추가했다. 게임 속 캐릭터 로켓의 원리를 설명하면 학생은 연료 비율을 측정하고 노즈콘을 작동시키며 로켓을 발사해야 한다.
MS, 구글, 삼성…IT 공룡들 ‘교육’ 택한 이유
다른 글로벌 IT 기업들도 교육용 제품과 서비스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 승부수를 뒀다. 삼성 스마트폰과 자동으로 연동되는 대형 전자칠판을 부스 한가운데 전시했다. 구글은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한 ‘조별과제 추적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글 클래스룸에 조별과제를 올리면 학생들이 각각 어떤 부분을 맡았는지 교사가 볼 수 있다. 또 온라인 학습지에 학생이 답을 쓰면 교사가 실시간으로 채점이나 설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전자펜이 ‘디지털 빨간 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교육과 기술을 결합한 에듀테크(Edutech)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교실이 기술로 인해 가장 빠르게, 많이 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기술이 학교나 교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인도 최대 교육 기업 바이주스의 공동창립자 스테픈 줄은 “건강한 커뮤니티를 위해 학교는 꼭 있어야 한다. 에듀테크는 학교와 교사, 부모를 지원하는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교사가 직접 에듀테크 서비스 골라
BETT는 이번 행사부터 교사·학교와 기업 간의 즉석 만남을 주선하는 ‘커넥트벳(Connect@Bett)’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에 원하는 서비스와 예산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업체를 연결해준다. 15분이라는 제한시간 동안 제품을 체험해보거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BETT 주최 측은 “어제 하루에만 3500여명이 매칭됐다”고 말했다.
이날 교사 안드레아 코르티나(스페인·바모스 포 스쿨)와 존 토드(영국)도 커넥트벳을 통해 만났다. 코르티나는 “교사로 일하며 스페인어 교육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며 책상 한쪽에 책자를 쌓아두고 노트북으로 서비스 화면을 보여줬다. 토드는 “나이지리아에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방과 후 활동에 쓸 스페인어 학습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며 “부스를 일일이 찾아가지 않고도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정부 중심 유통 구조 바꿔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선생님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하겠다”며 “학교장터에 에듀테크 카테고리를 별도로 신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이어 “우수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런던=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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