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수 늘리되, 세비와 특권 줄이면 국민도 호응할 것”
일 안 해도 나오는 의원 세비…“‘특권 내려놓기’ 선행돼야”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국회에는 두 가지 오래된 뜨거운 감자가 있다. '국회의원 정수 증원'과 '비례대표 확대'는 정치권은 물론 정치학계와 시민사회 등에서 오랜 기간 논의돼온 정치 개혁 방안 중 하나지만, 부정적 국민 여론을 의식해 선뜻 누구도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못해 왔다. 최근 국회에서 진행 중인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 김진표 국회의장이 비례의원 50명 증원을 주창하면서 의원 증원은 다시금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의원 정수 확대를 적극 주장하는 측은 학계다. ①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한국의 의원 숫자 ②정당 득표율과 의석수의 불(不)비례성 ③비대해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선 입법부도 키워줘야 한다는 논리 등이 핵심 논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2년 펴낸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에 따르면 의원 숫자가 총 300명인 한국은 의원 1명이 국민 약 17만 명을 대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만 명)의 두 배 이상이다. 한국은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63만 명)·멕시코(21만 명)·일본(18만 명)에 이어 네 번째로 의원 1명당 대표하는 인구수가 많은 국가다. 의원 1명당 대표하는 국민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대표성은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비례성 제고도 의원 정수 확대의 주요 논거다. 국민의 지지에 비례해 각 정당이 의석수를 가져갈 수 있는 제도가 보다 민주적인데,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총선 지역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득표율은 각각 49.9%, 41.5%를 기록했다. 8.4%포인트라는 득표율 차이가 났지만, 의석수는 163석 대 84석으로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현행 선거제도인 소선거구제가 민의의 절반가량이 반영되지 않는 '승자 독식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불비례성 해소를 위해선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하는데, 현역 의원들의 반대에 기존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기는 어려우니 의원 정수를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제왕적 권력을 가진 비대한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입법부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행정부가 가진 예산과 인력은 입법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만큼 국회 의석을 늘려 행정부를 감시·감독하는 것은 투자 대비 효율이 나쁘지 않다는 주장이다.
여러 찬성 논거에도 대다수 의원은 증원 논의에 소극적이다. 국민 여론이 극도로 나쁘기 때문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1월 외부에 맡겨 1200명을 조사한 결과, 의원 정수 확대에 찬성한 응답자는 29.1%, 반대는 57.7%를 기록했다. 3월2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의원 정수 확대' 찬성 응답은 9%에 불과했다. '국회의원 세비 총예산을 동결한다'는 전제를 붙이더라도 의원 정수 확대에 찬성하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 국민 여론이 부정적인 것은 국회의 자업자득 측면이 있다. '일하는 국회'라고 하지만, 국회는 오랜 기간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회의원은 소속 위원회 회의에 출석하지 않아도 세비(월급)를 받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면서도 1억5000만원이 넘는 연봉과 각종 수당, 보좌진, 사무실, 교통 등 각종 지원을 누린다. 일을 제대로 안 하니 모든 '지원'은 '특권'처럼 여겨진다. 정부의 국민의식 조사에서 국회는 매년 '신뢰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최근에는 의원 수를 유지하거나 줄이는 것이야말로 진입장벽을 높여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더 강화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최근 국회에서는 의원 정수는 확대하되 세비와 특권을 줄이는 개혁을 병행한다면 국민도 호응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원 세비와 정수를 국민이 참여하는 제3기구에서 정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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