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력의 한국인 분쟁지역 전문 사진가, 우크라이나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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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공군기지가 있는 호스토멜 마을의 열한 살 소년 블라디슬라우 빈차르스키가 뚜껑도 없는 지하창고 안에 앉아 있다.
KISH KIM 사진전 '일상이 된 전쟁, 우크라이나 1년'이 그것이다.
이번 사진전은 한국인이 찍은 우크라이나 전쟁 사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때문에 한국 사진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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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공군기지가 있는 호스토멜 마을의 열한 살 소년 블라디슬라우 빈차르스키가 뚜껑도 없는 지하창고 안에 앉아 있다. 사진 속 소년은 마치 유령처럼 보인다. 폭음, 총성, 군인들, 시체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이 이 소년의 정신을 관통했다. 포격이 끝난 후에도 소년은 어둡고 찬 지하창고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이 사진은 김상훈 강원대 멀티디지인학과 교수가 찍은 것이다. 지난 30여년간 분쟁지역 전문 사진가로 활동해온 김상훈은 사이언스, 타임, 뉴스위크, 슈피겔, 피가로 등 유수의 해외 매체에 ‘KISH KIM’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을 게재했다.
김상훈은 지난 2월 전쟁 1년을 맞은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접전 지역인 돈바스, 전쟁 초기 격전지였던 이르핀, 부차, 호스토멜, 체르니히우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가 찍어온 사진들이 4월 4일부터 서울 종로구 사진 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전시된다. KISH KIM 사진전 ‘일상이 된 전쟁, 우크라이나 1년’이 그것이다.
이번 사진전은 한국인이 찍은 우크라이나 전쟁 사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우리가 접해온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은 대부분 외국 언론이 제공해온 것이었다. 한국은 ‘여권법’으로 전쟁 국가에 대한 취재·보도를 허가제로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사진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웠다.
김상훈은 이번에 국내 다큐멘터리 제작사인 ‘다큐앤드뉴스코리아’ 소속으로 현지 취재를 다녀왔다. 이 회사는 중요한 국제뉴스를 외신에만 의존하다 보면 국내의 전쟁 취재·보도 역량과 시스템이 구축될 수 없다고 보고 김상훈의 취재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김상훈은 폐허가 된 도시와 마을을 다니며 전쟁의 참상을 기록했다. 포격으로 무너진 집 앞에 선 여인, 정전 속에서 핸드폰 불빛을 켜놓고 카드게임을 하는 가족, 탄피와 파편을 수집하는 아이, 허물어진 집을 지키는 개들 등을 찍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오늘을 전쟁으로만 묘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놀랍게도 거기엔 일상이 있다. 상인들은 반복되는 단전과 단수에도 가게를 열고, 주민들은 폭격으로 부서진 창문을 합판으로 막고 살아간다. 공습경보가 해제되면 학생들은 학교로 향하고, 청소부들은 도로를 청소한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침착하게 일상을 지키면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김상훈의 사진들은 이 점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그는 “공습경보가 가끔 울리고, 대전차 장애물이 거리 곳곳에서 보이는 것 외에는 여느 유럽의 현대적 도시처럼 거의 모든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졌다”면서 “그 일상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각자의 자리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노력이 모인 결과였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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