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배터리 전쟁’… 효율 높이고 공정비 줄이는 방법 찾았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2023. 3. 31. 10: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UNIST 조재필 특훈 교수팀, 손쉬운 단결정 소재 합성기술 개발
공융조성 원리이용 양극합성 효율 높여‥ Nature Energy게재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효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방법이 나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배터리 전쟁’ 시대에 세계시장의 미래 선점을 예고하는 기술 가치를 품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최근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를 30% 이상 늘리는데 핵심인 니켈리치양극 뿐만 아니라 리튬·망간리치양극 소재를 저비용으로 완전한 단결정 형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UNIST(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 조재필 특훈교수팀(제1 저자는 윤문수 박사)과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의 쥐 리(Ju Li) 교수팀이 공동연구를 진행해 그 결과를 내놨다.

단결정 양극합성을 위한 LiOH-LiNO3 리튬염 및 공/자전 혼합 모식도.

공동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팀은 공융조성(eutectic composition)을 통해 리튬수산염(LiOH)과 리튬질산염(LiNO3)을 녹였다. 녹여진 리튬염과 전이금속 전구체를 공·자전 혼합기를 이용해 혼합해 액화 리튬염-전이금속 나노입자 복합체로 합성했다.

연구팀은 이 복합체를 800도 이하에서 열처리해 완전한 형태의 단결정 입자를 만들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에 이른 것이다.

대용량 배터리 양극소재로 꼽히는 니켈리치양극소재들은 고용량 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충·방전이 반복되면서 입자 내부에 미세 균열이 생기며 배터리 전해액과의 부반응으로 수명이 급격히 감소한다. 현재 상용화된 양극소재들은 수백나노미터 수준의 입자들이 뭉쳐진 ‘다결정 형태’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결정 소재는 배터리를 제조할 때 쉽게 부서지며 배터리 내에서 불필요한 반응을 촉진한다. 이때 가스 발생 등이 늘고 충·방전 주기에도 영향을 줘 수명이 감소한다.

하지만 ‘단결정 형태’로 양극재를 제조하면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같은 조성의 다결정소재에 비해 30% 이상 가공비가 높다는 게 단점이다.

가공비가 중요한 이유는 전기자동차 한 대에서 양극재의 가격 비중은 15% 정도이고, 이 가운데 가공비가 차치하는 비율은 2.25% 정도다. 특히 금속 가격은 국제 시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가공비를 최대로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연구팀은 공융조성으로 녹여진 리튬질산염, 리튬수산염과 다결정 전이금속 전구체를 일정한 비율로 합쳤다. 이를 공·자전 혼합기를 활용해 2000회/분의 속도로 12분간 섞었다.

접촉에서 발생하는 열로 녹은 분말들이 다결정입자들의 경계면에 침투(결정립계 침식 발현)해 들어가면서 액화 리튬염-전이금속 나노입자 복합체를 만들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복합체를 800도 미만에서 10시간 동안 가열해 수마이크로 크기의 완전히 결정화된 단결정 형태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은 니켈리치 양극뿐만 아니라 리튬·망간 리치 양극소재에도 적용할 수 있다. 리튬·망간 리치 양극은 Mn이 60% 이상 고함량으로 포함된 물질이다. 또 리튬의 함량이 전이금속의 함량보다 높아 4.5V 이상의 고전압에서 250mAh/g 이상의 고용량을 발휘하는 소재다.

Mn의 함량이 증가할수록 합성하기 위해 필요한 열처리온도 올라가는데 특히 Mn 함량이 60% 이상인 경우 900도 이상에서 12시간 이상 가열해도 단결정으로 합성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Mn 함량이 60%이상에서도 1㎛ 크기의 단결정형 입자로 합성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단결정형 NCM811 니켈 리치 양극 소재의 200회 수명평가 전 후의 형상 변화 및 상온 전기화학 성능비교 연구그림.

연구팀은 이 연구를 적용해 전지 성능을 측정했다. 일반적인 공정으로 합성한 다결정 소재(NCM811)와 같은 조성의 단결정 양극소재를 리튬 메탈전지에서 평가했다.

이 단결정 양극소재는 200회 충·방전 후에도 기존 용량의 92%에 준하는 성능을 보였으며 같은 조성의 다결정 소재보다 12%가량 향상된 수명 유지율을 보였다. 또 가스 발생량 및 저항 증가율이 30% 이상 개선된 결과를 보여 전기자동차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안전성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1저자인 윤문수 UNIST 에너지공학과 박사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니켈리치 양극소재 뿐만 아니라 LFP 대체 물질로 주목받는 리튬·망간리치 양극소재를 저렴하게 단결정으로 합성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조재필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현재 상용화가 진행 중인 니켈리치계 단결정 양극소재들은 여러 번 가열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 개발된 합성법을 적용한 양극재로 대량 합성공정 개발 때 기존 단결정보다 적어도 30% 이상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나 현재의 합성 규모는 랩 수준으로 대량 생산하기까지 적어도 4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분야 권위있는 학술지인 Nature Energy에 3월 30일 자(현지 시각)로 공개됐다.

유니스트 윤문수 연구원(왼쪽)과 조재필 특훈교수.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