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치료제 ‘듀피젠트’ ‘린버크’ 나란히 급여 확대… 의사들 선택은?

신은진 기자 2023. 3. 3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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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vs편의성 차이 존재, 환자 의견이 가장 중요
4월 1일부터 소아청소년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도 듀피젠트와 린버크를 보험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사노피, 애브비 제공
내일부터 소아청소년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의 오랜 소망 중 하나가 이뤄진다. 4월 1일부터 소아청소년도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듀피젠트 프리필드주(성분명 두필루맙)'와 '린버크 서방정(성분명 유파다시티닙)'을 보험급여 혜택을 받으며 사용할 수 있다. 이제 소아청소년 아토피 치료제는 선택의 문제가 됐다. 아토피피부염 전문가들은 주사제형의 생물학적 제제 '듀피젠트'와 경구형인 JAK 억제제 '린버크' 중 어떤 약을 먼저 선택할까?

◇안전성 ‘듀피젠트’ 편의성 ‘린버크’… 선택은 '환자 몫'
듀피젠트와 린버크 중 어떤 약제를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이들은 약제를 선택할 때 '환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안전성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복약순응도 측면에서 편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피부과 박영립 교수는 "소아청소년이기 때문에 특히나 안전성을 고려해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환자의 선호도에 따라 처방이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듀피젠트를 먼저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건선처럼 먼저 사용한 약제의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을 때 보험급여 적용이 되는 교체투약(스위칭)이 가능하다면 상관없지만, 아토피는 그렇지 않다"며, "안전성이 더 높은 생물학적 제제를 먼저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급여구조이다"고 말했다.

박영립 교수는 "듀피젠트는 안전성이, 린버크는 효과가 보장된 약으로 두 약제 모두 장단점이 있다"며 "두 약제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한 다음, 환자 본인이 약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으나, 개인적으로 선택하라고 한다면 듀피젠트를 먼저 권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박천욱 교수는 린버크를 먼저 권하겠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환자마다 약제 선호도가 굉장히 달라 환자에게 선택지를 주고 있다"며, "만일 개인적인 선택권을 준다면 린버크를 먼저 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듀피젠트를 2주에 한 번 주사하기 위해선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학업 일정으로 바쁜 아이들에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익숙해지면 자가주사도 가능하다지만, 아무래도 복약순응도나 편의성 측면에서 JAK 억제제를 먼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조선대병원 피부과 나찬호 교수는 "약제 선택은 투약 당사자인 환자와 보호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며, 환자와 보호자, 의사의 의견 조율 결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가격이나 편의성 측면에선 먹는 약인 린버크가 유리하고, 안전성 측면에선 듀피젠트가 더 확실한 근거가 있는 약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아청소년은 먹는 약을, 보호자는 주사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JAK 억제제는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부족하고, 성인과 달리 소아청소년은 안전성에 더 초점을 맞춰 약제선택을 고민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나찬호 교수는 "특정 약을 선택했다고 해도 그 약이 더 우월해서 선택한 것이라곤 말할 수 없다"며, "충분한 설명을 들은 환자의 선택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약제 전환 불가·까다로운 급여 기준은 걸림돌
아토피 치료제를 선택하는 일은 어렵지만, 이는 '행복한 고민'에 속한다. 또다른 문제가 있다. 듀피젠트와 린버크가 급여권이 진입하긴 했으나, 약을 맘 편히 쓰기는 쉽지가 않다. 급여 적용 기준이 꽤 까다롭다.

급여 적용 기준은 과거 어떤 치료제를 사용해도 3년(소아는 1년) 이상 중증 증상이 지속된, ‘만성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에 해당한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 진단 후 국소치료제(중등도 이상의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또는 칼시뉴린 저해제) 투약 이력이 있거나 ▲ 아토피 피부염의 중증도를 나타내는 지표 기록 등(EASI 21 이상의 기록 등)이 있어야만 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더라도, 급여 적용 기간은 제한적이다. 급여 투약 시점부터 6개월만 급여가 인정된다. 그 이후엔 6개월마다 평가를 통해 급여 적용시작 시점의 상태가 유지된다고 판단될 때 급여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다.

만12~17세는 성인과 같은 수준의 중증도를 입증해야만 듀피젠트 또는 린버크의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만 12~17세 청소년이 듀피젠트 또는 린버크 급여 혜택을 받기 위해선 유병기간이 3년 이상임을 입증해야 한다. EASI 점수는 23점 이상이어야 하며, 전신 면역억제재 치료 이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1차 국소치료제 투여 후 전신 면역억제제 투여 없이 바로 듀피젠트나 린버크를 투약하면,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다행히 듀피젠트의 경우, 만 6~11세 소아는 성인과의 임상적 차이가 인정돼 급여 적용을 위한 최소 유병·이전 치료기간이 1년으로 짧고, 투여 전 EASI 기준도 21점으로 더 낮다. 전신 면역억제제 투여 기록도 없어도 된다. 4개월 이내에 국소치료제를 4주 이상 투여했음에도 증상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부작용 등으로 국소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도 듀피젠트를 보험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문제는 듀피젠트와 린버크의 교차 투여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단 점이다. 두 약제 모두 약효가 없는 환자가 각각 20% 정도로 보고된다. 교차 투여 시 보험급여 적용을 위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박천욱 교수는 "듀피젠트와 린버크 모두 효과가 좋은 치료제임은 분명하지만, 효과가 없는 환자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듀피젠트 효과가 없던 환자는 JAK 억제제를, JAK 억제제 효과가 없는 환자는 듀피젠트를 사용했을 때 증상이 개선되는 경험을 한다"고 밝혔다.

박영립 교수도 "모든 약은 개인차가 있어 투약 후 효과가 매우 좋을 수도, 크게 없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현재 보험기준에선 두 약제의 교차 투여가 불가능하기에 약제 선택에 더욱 신중해지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는 소아청소년 중증 아토피 환자가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늘어났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나찬호 교수는 "소아청소년 아토피 치료제 급여 확대가 많이 늦은 건 사실이다"며, "이제라도 소아청소년 아토피 환자의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건 굉장히 환영할 일이다"고 밝혔다.

한편, 그간 소아청소년 아토피 환자는 성인 아토피 환자와 같은 고통을 겪음에도 듀피젠트와 린버크를 비급여로 사용해야 했다. 소아청소년이 듀피젠트를 비급여로 사용할 경우, 매년 약값으로만 2000만원을 지불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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