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골프 강국 부끄럽게 만드는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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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미국 장거리(100마일, 약 161km) 육상선수권 대회에서 한 선수가 달성한 세계 신기록이 주최 측의 코스 설정 오류로 무효 처리됐다는 미국 CNN 기사를 보며, 선수가 받았을 충격에 인상을 찡그렸던 기억이 난다.
KPGA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피해를 본 선수들에게 골프장 이용료(그린피, 카트피, 캐디피)를 전액 면제해주고, 출전 선수들의 불편함을 야기시킨 것에 대한 위로 차 추가로 대회 참가금 또한 전액 면제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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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컵 규격 안맞아 황당한 취소
'골프 강국' 자리매김에 걸림돌
지난해 말 미국 장거리(100마일, 약 161km) 육상선수권 대회에서 한 선수가 달성한 세계 신기록이 주최 측의 코스 설정 오류로 무효 처리됐다는 미국 CNN 기사를 보며, 선수가 받았을 충격에 인상을 찡그렸던 기억이 난다. 그 말도 안 되는 사고가 국내에서도 벌어졌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미숙한 경기 운영 탓에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전쟁이나 코로나19, 천재지변(기상악화, 지진 등)으로 프로골프 대회가 중단된 적은 있었지만, 주최 측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골프 대회가 중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일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에 위치한 떼제베CC에서 개최된 ‘2023년 스릭슨투어’ 1회 예선전 얘기다. 이날 대회에는 120명이 출전했다. 첫 조가 16번 홀까지, 마지막 조가 8번 홀까지 경기를 진행했는데, 갑자기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구체적인 상황을 모르는 선수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클럽하우스에 몰려와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주최 측인 KPGA는 경기 중단과 관련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21일에서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2023년 스릭슨투어 1회 예선(떼제베CC, 서·남 코스) 일정 변경 안내’라는 글로 갈음했다. KGPA는 해당 글에 "골프 규칙에 명시된 홀 컵의 규격과 달라 대회 진행이 부적격한 상황임을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점에 대해 양해 바란다"고 적었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컵 규격은 직경 108mm, 깊이는 최소 101.6mm, 원통은 지면으로부터 최소한 25mm 아래로 묻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스릭슨투어 1회 예선이 열린 떼제베CC 홀컵은 이보다 6mm가 큰 114mm로 규정보다 컸다. 홀컵도 규정보다 얕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KPGA의 대회 준비와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KPGA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피해를 본 선수들에게 골프장 이용료(그린피, 카트피, 캐디피)를 전액 면제해주고, 출전 선수들의 불편함을 야기시킨 것에 대한 위로 차 추가로 대회 참가금 또한 전액 면제해줬다. 이러한 일이 추후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다. 선수들은 마음의 상처가 깊다. 대회에 참가한 한 선수는 "지난 일이라 더 얘기하고 싶지 않지만, 골프는 정신력이 중요한 운동이고 모두가 예민한 상황"이라며 "이런 사고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개탄했다. 실제 유명한 골프 선수들이 1m도 안 되는 퍼팅을 실수하는 장면을 보면 골프가 왜 정신력 운동인지 잘 알 수 있다. 특히 골프 경력이 짧은 선수들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프로 선수들이 보여주는 일관성 있는 안정적인 스윙을 하기가 쉽지 않아 고도의 정신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골프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작은 실수가 쌓이면 큰 부작용을 낳게 된다. KPGA는 선수 권익 증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협회의 존재 이유다. KPGA는 다시 한번 고개 숙여 반성하길 바란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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