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도로' 옆에 살면…고혈압·극단선택 위험 높아진다
야간에 쌩쌩 달리는 자동차 소리, 막힌 도로에서 울리는 경적 소음.
시끄러운 도로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소음으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고, 자살 위험까지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베이징대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 등의 연구팀은 최근 '미국 심장학회 저널 어드밴시스(JACC: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로 교통 소음이 높은 곳에 사는 사람은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노출되는 소음이 클수록 고혈압 발생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10㏈에 고혈압 위험 7% 상승
원발성 고혈압은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다.
연구팀은 거주지 반경 500m 내의 소음도를 바탕으로 소음 모델을 활용해서 연평균 교통소음 노출 수준을 계산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24시간 가중 평균 도로 교통 소음이 10㏈ 상승할 때마다 고혈압 발생 위험이 7% 높았다.
또, 24시간 교통소음이 65㏈을 초과했을 때는 55㏈일 때보다 고혈압 발생 위험이 13%나 높았다.
야간 소음(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의 경우도 55㏈을 초과했을 때를 45㏈일 때와 비교한 결과, 고혈압 위험이 13% 높았다.
대기오염과 소음이 '상승작용'
비만 상태나 앉아 있는 시간과 수면 시간 등 신체 활동 수준과 관련해 보정한 후에도 도로 교통 소음과 원발성 고혈압 사이의 연관 관계는 견고했다.
연구팀은 "도로 교통 소음에 대한 장기간 노출은 원발성 고혈압 발생률 증가와 관련이 있었고, 그 영향은 대기 오염이 높을수록 더 강력했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 소음과 대기오염 둘 다 심할 경우 고혈압 위험이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도로 교통 소음과 대기 오염은 혈관 기능 장애, 말초 혈관 수축, 전신 염증, 시상하부-뇌하수체 부신 연결축 활성화 등과 동일한 메커니즘을 공유하며, 그 결과로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고혈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에 자살 위험 4% 증가
주거지의 평균 도로 교통 소음이 10㏈ 증가할 때마다 자살 위험이 4% 증가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스위스 국립 코호트(Swiss National Cohort, 코호트는 '동일집단'을 의미) 성인 51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개인별로는 2001~2015년 사이 최대 15년 동안의 평균 소음 노출을 계산했다.
연구팀은 추적 기간 모두 1만1265명이 자살이 발생했는데, 24시간 가중 평균한 도로 교통소음 노출이 10㏈ 상승할 때 자살 위험은 4% 증가했다.
철도소음 노출이 10㏈ 상승했을 때는 자살 위험은 2.2% 증가했다.
항공기 소음의 경우 50㏈ 이상에서는 자살 위험이 증가했지만, 30~40㏈의 낮은 노출 수준에서는 오히려 역관계가 나타나기도 했다.
도로 교통 소음에 의한 자살 위험 증가는 주거지 인근의 녹지나 대기오염 수준을 바탕으로 보정한 후에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도로 교통 소음과 의도적 자해로 인한 사망 위험 사이에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는 정신 건강 장애가 만성 교통 소음 노출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높은 수준의 교통 소음에 노출된 인구를 줄이기 위한 공중보건 분야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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