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우유로 또 때울 건가"…급식·돌봄 매년 총파업, 왜 그럴까
#1.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시간제로 근무하는 9년 차 돌봄전담사 임모씨는 최근 25명의 학부모에게 문자를 보냈다. 31일 파업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 없어 양해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017년부터 매년 파업에 참여해온 임씨는 “수당도 받지 못한 채 연장근로를 하고 있지만 처우는 바뀌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2.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부모 박모씨는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31일 급식종사자 파업으로 샌드위치와 훈제계란이 제공된다는 내용이었다. 박씨는 “불과 4개월 전에도 파업으로 대체급식을 했는데 이번에도 또 부실한 밥을 먹여야 하느냐”고 말했다.
총파업으로 올해도 ‘급식·돌봄 대란’
파업이 연례행사가 되면서 시·도교육청은 교직원을 동원해 돌봄 구멍을 막고 빵 우유로 급식을 대신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파업의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업을 이끄는 학비연대는 급식조리사나 돌봄전담사, 상담사 등 학교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근로자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교육과 행정 업무를 지원·보조하는 ‘교육공무직’으로도 불린다. 2022년 기준 교육공무직의 수는 16만8625명으로, 전체 교직원 중 25%를 차지한다.
연례행사 된 파업, 배경엔 ‘임금체계 개편’
교육공무직 내의 임금 차이도 갈등을 일으킨다. 영양사와 사서 등은 기본급이 206만8000원인데, 조리사 등은 이보다 20만원 낮다.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근속수당이 없는 경우도 있다. 학비연대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임금체계로 불합리한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며 “단일 임금체계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공무직 직종만 230개…“기준 통일 어렵다”
교육당국과 학비연대는 기본급과 명절휴가비 인상에 합의하는 수준으로 매번 파업을 해결해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총파업 때도 당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나섰지만 해결하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 해결을 위한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안정화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총파업으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지만 집단교섭은 미봉책에 그치고 있다”며 “노조의 주장이 과도한 것인지 아닌지 검증하고 입장차를 줄여나갈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봉운 경기대 교직학부 교수는 “학생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교육공무직의 정원 관리는 현재까지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며 “직종 통폐합을 통해 직종을 단순화해 효율적이고 공정한 임금체계 개선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파업을 하더라도 업무 공백을 막을 인력을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파업권은 존중하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교육이 파행을 겪지 않도록 학교에서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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