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을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사랑과 환대로 소유·권위의 재능을 나누라”
딸은 당돌하게 묻고 아빠는 신학책 수백 권을 꼭꼭 씹어 소화한 내용을 가지고 답한다. 대학생들은 날카롭게 묻고 ‘엄마’ 교수는 다정하게 고민을 나눈다. 교회에서 마음껏 질문하지 못하는 청춘들이 급기야 교회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응답하려는 이들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네가 듣고 배워왔던 기독교는 2000년 기독교 역사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기독교는 생각보다 훨씬 지적으로 존중받을 만한 종교라는 사실, 그리고 한국 기독교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혐오와 정죄는 결코 기독교의 본질이 아니란 점을 말해주고 싶구나.”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정은문고)를 저술한 안과 전문의 정한욱씨가 밝힌 책을 펴낸 동기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서울 신용산교회에 40년째 출석하며 안수집사로 성가대를 섬기는 정 전문의는 인터넷 블로그 ‘서음인의 집’을 운영한다. 매년 70~80권의 책을 읽고 여기에 기록을 남긴다.
정 전문의는 2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딸들과 주고받은 질문에 대해 평생 읽어온 독서로 답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혐오와 정죄를 지운 자리에 사랑과 환대란 기독교의 본질을 설명하는 책이다.
대학생이 된 딸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것과 교회 열심히 다니는 교인이 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죠”라고 묻는다. 정 전문의는 독일 히틀러 나치 정권에 맞서 옥중 순교한 신학자이자 목회자, 피아노 연주자인 디트리히 본회퍼의 이야기를 꺼낸다. 본회퍼는 제자의 핵심적 표지로 “세상 한가운데서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며 타자를 위한 존재로 살아가는 삶”을 강조한다. 정 전문의는 다시 이렇게 묻는다.
“어디서나 습관적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을 자신의 욕망이나 문제를 해결해주는 램프의 지니로 여기는 ‘경건한 사람’과 종교적인 언사를 자주 입에 담지는 않지만 삶의 모든 영역에서 섬김과 희생과 고난이라는 그리스도의 정신을 실천하며 책임지는 존재로 살아가는 세속적인 사람 중 과연 누가 참된 그리스도의 제자일까.”
기독교와 관계없는 모든 걸 죄악 덩어리라고 비판하는 데서 거부감을 느끼는 딸에게 정 전문의는 기독교 세계관의 서구 중심주의적 폭력성을 설명하며 세계 기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앤드루 월스의 ‘세계 기독교와 선교운동’, 마크 놀의 ‘나는 왜 세계 기독교인이 되었는가’, 이재근 광신대 교수의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 ‘20세기, 세계, 기독교’, 옥성득 미국 UCLA 교수의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가 도움이 된다고 추천한다.
‘사실은 당연하지 않은 것들’(홍성사)은 백소영 강남대 기독교학과 교수가 학생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답장 등을 모은 책이다. 강의실 안팎에서 청춘들은 “죄는 하와가 지었는데 왜 내가 죄인인가요”라고 묻는다. 백 교수는 창세기 본문을 전하며 죄의 유전보다는 인간 속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는 “금단의 열매를 취한 건 자신의 유한성을 잊고 신처럼 절대자가 되려는 마음”이라며 “기독교 전통에선 ‘교만’이라는 악덕으로 교리화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슈퍼카 3대에 한강뷰 빌라를 꿈꾸며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죄인가요” 묻는 학생에게 백 교수는 “나는 상상 못 했던 구체적 물질이 인생 목표로 등장하는 시대구나”라고 공감을 표한다. 백 교수는 “십 분의 일이 되었든 백 분의 일이 되었든 혹은 마음이 기꺼운 만큼, 너의 소유를 누군가와 나누겠다는 마음을 가치 있게 여겨주었으면 좋겠어”라고 답한다.
책의 에필로그는 백 교수의 글 대신 제자인 학생들이 다시 보내온 답장들이 실려 있다. 한 학생은 “서울 엄마를 자처해주신 교수님, 소유와 권위와 재능을 나누라고 가르치신 교수님의 삶을 통해 현실 속에서 옳은 길을 찾기 위한 나침반을 다시 발견한 기분”이라고 밝혔다. 신앙을 고민하는 청춘들의 성장을 느낄 수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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